더불어민주당이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팀 출범을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머뭇대고 있다. 이날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양자회동을 하고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공개적으로 ‘LH특검’을 건의한 만큼 국민의힘의 협조를 제안했다.
김태년 대행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LH 당사자들의 불법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2차로 가족들도 조사해 발표하고 합수단은 신도시 지역 땅을 중심으로 차명 거래 투기 의혹까지 밝혀낼 것”이라며 “특검을 통해 강화된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고 그 과정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김 권한대행의 제안에 “특검을 피할 이유는 없지만 합의하고 구성하는 데도 두 달 이상 걸린다”며 “검찰 중심으로 신속한 수사를 한 이후에 특검을 논의하자”고 조건을 달았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특검은 검토하되 우선적으로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사 경험이 있고 대량 수사 인력 동원이 가능한 검찰이 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김태년 대행은 “양당 국회의원들의 정보제공동의서부터 제출해 바로 조사에 착수하자. 민주당은 준비돼 있다 국민의힘도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대해 언론에 말하기 전 상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개발 정보는 대체로 여당, 개발 정책 권한이 있는 쪽이 알고 야당은 접근할 수 없으니 저희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며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야당을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민주당 사람들부터 했으면 한다”며 ‘선 민주당 후 국민의힘’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12일 더불어민주당의 ‘LH 특검’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사진은 인사를 나누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특정 정치 현안이 터질 때마다 야당은 특검을 제안하고 여권은 난색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의 제안을 국민의힘이 께름칙해 하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은 여당에 큰 악재기 때문에 특검을 제안해 선제적으로 자정 노력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며 “야당은 특검을 피할 이유는 없지만,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여당을 거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채 교수는 “지금 여야는 특검을 두고 수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현 정국의 주도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