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로 밝혀진 여성 석 씨(사진)가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NA 일치하는데 출산 기록 無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석 씨가 산부인과 등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하거나 초음파 검사 등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와 관련한 기록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석 씨는 총 4차례에 걸쳐 DNA 검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DNA 검사의 정확도는 99.9%. 틀릴 가능성이 거의 없어 석 씨가 A 양을 출산한 사실은 확실하다. 이에 일각에선 석 씨의 출산을 도운 숨겨진 산파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석 씨의 병원 진료·출산 기록이 없고 아이의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누군가 출산을 도왔을 수도 있다는 추정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석 씨는 남편 등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고 출산과 출생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파 등 민간 시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출산 뒤에는 아기를 위탁모 등에게 맡겼을 가능성도 있어 경찰은 위탁모도 수소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 산파와 위탁모 등은 아이의 사망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책임을 면할 수 있으니 적극적인 신고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석 씨는 지난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한 자리에서 “딸을 낳은 적이 없다”라며 “숨진 아이는 내 딸이(김 씨) 낳은 딸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친부 어디에…내연남 DNA도 ‘불일치’
경찰은 A 양의 친부를 찾던 중 석 씨의 내연남인 B 씨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2일 B 씨가 A 양의 친부가 아니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석 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인 C 씨를 상대로도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그 역시 아이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앞서 석 씨의 딸 김 씨가 아이 엄마로 알려졌던 당시 경찰은 김 씨의 이혼한 사위를, 또 석 씨가 친모로 확인되면서 석 씨 남편에 대해서도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A 양의 친부가 아니었다.
석 씨와 그의 딸인 김 씨 주변 모든 남성에 대한 DNA 검사에서 A 양의 친부는 나오지 않은 것. 이와 관련해 경찰은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진짜 딸’은 어디 있나
현재로선 김 씨가 낳은 딸의 행방이 의문이다. 생존해 있다면 나이는 3세. 김 씨의 경우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이 있으며 산후조리원에서 일정 기간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미시청 아동복지과와 협조해 바꿔치기 된 아이의 행방을 찾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석 씨가 출산 사실을 남편 등에게 감추기 위해 A 양을 손녀로 바꿔치기했다는 추론이 사실이라면 김 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이 묘연해져 또 다른 영아살해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경찰은 사라진 아이가 이미 숨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난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을 모두 재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라진 아기의 생사 여부와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