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 본 세종시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14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세종시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은 1만 6130필지로, 이 가운데 세종시 외 거주자들의 매입이 1만 786필지에 달했다. 거래량은 매매뿐 아니라 증여, 교환, 판결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 세종시 순수토지 전체 거래량과 외지인 매입량 모두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이래 연간으로 가장 많았다. 외지인의 매입량은 2018년(1만 223필지) 처음 1만 필지를 넘었고, 2019년 8천 558필지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늘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거래량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급증세를 보였다. 2020년 7월 590필지에서 8월 1007필지로 뛴 데 이어,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으로 1000필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해 11월에는 1403필지로 2019년 1월(1326필지)에 기록했던 월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세종시에서는 외지인이 사들인 아파트도 급증했다. 2012년 385건에서 한 해도 빠짐없이 늘어 지난해 5269건이 됐다. 2019년은 2628건이었다. 이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05건으로, 2020년 월평균 40.5건의 5배 이상이다.
투기 의심 정황으로 볼 수 있는 아파트 실거래가 등록 후 취소 건수도 행정 수도 이전 이슈가 점화한 지난해 7월과 8월에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거래가 등록 후 취소 건수가 총 563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7월과 8월에 실거래가 등록 후 취소된 건수가 각각 124건과 131건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두 달 치 합계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44.93% 올라 전국적으로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도 12.38% 올라 시도별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처럼 세종시에 외지인들의 원정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행정 수도 이전 논의를 ‘호재’로 보고 가격 상승 기대감을 부풀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세종은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있지만 토지 거래는 주택에 적용하는 대출 규제나 양도세 중과, 전매 제한 등이 없다.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로 사실상 더는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종시 토지 매입에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