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스트레이트
지난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TV 토론에서 성소수자 퀴어 축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서울시장으로서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퀴어 축제에 동참할 의사가 있느냐는 금태섭 전 의원의 질문에 안철수 대표는 퀴어 축제를 ‘반대할 권리’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안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김종인, 이언주, 오세훈, 박영선 등 주요 여야 정치인들이 퀴어 축제에 대한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면서 ‘성소수자 문제’가 올해 재보궐 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철수 후보의 퀴어 축제 반대 발언이 이슈가 된 지 일주일만인 지난달 24일 왕성하게 활동했던 성소수자 리더 김기홍 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마지막 SNS 글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시민이다.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다”라며 성소수자를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 우리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서 대놓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었다.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의 주범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국회의원,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 출마했다는 국회의원 후보. 만약 인종차별이나 장애인차별이었다면 큰 논란이 됐을 이들의 발언은 그 대상이 성소수자였기에 아무 탈 없이 넘어갔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대놓고 드러내는 건 보수 개신교의 지지를 받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보수 개신교 교회는 퀴어 축제 바로 옆에서 위협적인 반대 집회를 열기도 하고 국회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불교, 천주교, 성공회교 등 다른 종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오로지 보수 개신교의 눈치만 본다.
이 때문에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처음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OECD 37개 국가 중에 차별금지법이 없는 나라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 뿐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