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가 SK이노베이션이 LG엔솔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예비결정을 오는 3월 19일 내린다.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왼쪽)와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ITC는 오는 3월 19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LG에너지솔루션 주장에 대한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다. 예비결정은 특허권이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조사한 ITC 행정판사가 내리는 예비적 판단이다. 위원회는 예비결정을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ITC 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은 많은 경우 위원회 최종 결정으로 이어진다. 특허 침해 사건에서는 예비결정 가운데 약 90%가 ITC 최종 결정에서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분리막 관련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1건 등 4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LG는 특허를 침해한 SK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ITC에 요청했고,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특허침해 사건 소송은 지난 2월 LG의 승리로 최종 결론이 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비롯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자사 인력을 빼갔다며 ITC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SK는 같은해 9월 LG가 자사의 배터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재를 요청했고, LG 역시 SK의 특허권 침해 조사를 ITC에 요청하며 맞불을 놨다. SK가 먼저 특허 침해를 주장했지만 조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LG 측이 제기한 사건의 예비결정이 먼저 나오게 됐다.
본 사건 격인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LG가 승리했다. ITC는 지난 2월 10일 SK가 LG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 측에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양사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배상금 차이로 입장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소 이후 LG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한이 오는 4월 11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LG는 SK의 미국 조지아주(州)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는 ITC 결정 이후 조지아주 SK 공장 운영이 멈추면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LG는 지난 3월 12일 2025년까지 미국에서 5조원 이상을 투자,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신규 공장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의향을 밝힌 것에 대해 역시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전략적 발표라는 게 배터리 업계 해석이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3월 19일 나오는 특허권 침해 사건 예비 결정에서 피해를 인정받을 경우 앞으로의 배터리 소송 협상에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특허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제기한 특허권 침해 사건에 사활을 걸며 전세 역전의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다만 특허권 침해 사건이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파생된 만큼, 양사가 영업비밀 침해 건을 합의할 경우 특허 관련 사건도 함께 취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소송에 충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