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검찰 재이첩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14일 공수처와 대검찰청·법무부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번 주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겼던 김 전 차관 사건의 자료를 돌려받고 수사를 재개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수사팀이 요청했던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부산지검 소속 김 아무개 검사의 파견 연장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원소속으로 복귀하고, 수원지검 수사팀엔 팀장인 이정섭 형사3부장과 평검사 2명만 남게 된다. 사실상 수사팀이 해체된 만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수사는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사건 뭉개기’를 위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워 주력 검사들의 파견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 13일 “파견 불허 결정과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수사가 충분히 진행돼 수원지검 내 인력 충원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김 검사는 당시 수사팀 부장이 지휘부 보고 없이 대검에 파견을 요청하고, 검찰총장이 법무부 동의 없이 파견을 단행했으며, 파견 기간이 지난 후에도 법무부 승인 없이 계속 수사팀 업무를 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이 지적에 대해 법무부가 수사 뭉개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내놓은 반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검찰총장이 법무부 동의 없이 파견했다’는 법무부 지적에 통상 1개월까지는 검찰총장의 권한으로 검사를 파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김 검사가 파견 기간이 지난 후에도 수사팀에 남았다’는 지적도 그동안 사후보고 형식으로 파견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았고 대부분 승인돼 문제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공수처와 검찰 사이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도 불거졌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검찰에 “수사 종료 후 송치”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공수처법 3조 1항 2호에 따라 공수처가 공소 제기할 사건이니 수사 완료 후 송치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수사 여건이 안돼 사건을 넘겼을 뿐, 사건처리 권한을 넘긴 것은 아니라 공소 제기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법 3조 1항 2호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검사에 대한 공소제기’를 공수처의 업무 범위로 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판·검사에 대한 기소 독점권으로 해석해 수원지검에 송치를 요구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3일 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검사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김 처장은 사건을 이첩받은 지 9일 만에 “여력이 안 된다”며 사건을 검찰에 재송치하면서도 기소 여부 판단은 공수처가 해야 한다는 점을 공문에 명시했다.
공수처는 ‘사건’을 넘겼을 뿐 ‘사건처리 권한’을 넘긴 것은 아니라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기소 권한을 가진 검찰에 대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공수처가 ‘검찰 상위기구’ 역할을 맡는 모양새가 됐다는 취지다.
논란이 커지자 공수처는 1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처는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공소제기권을 모두 갖는다. ‘공소’ 부분은 여전히 수사처 관할 아래에 있다고 보고 수원지검에 대한 이첩 공문에서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송치해 수사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라며 “물론 수사처는 일단 단순이첩을 했다가 검찰의 수사 완료 무렵에 이첩을 요청할 수도 있고 그 효과는 동일하나, 보다 명확하고 간명한 업무처리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