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박정훈 기자
―박영선 후보와 첫 번째 여권 후보 단일화 토론회를 했다.
“내가 박영선 후보는 준비되지 않은 불안한 후보라고 얘기했는데 그걸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 모호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 본선에서 우리 진영을 결속시키고 중도층에 외연 확장해야 하는데, 결속도 못 시킬 것 같다. 단일화 토론회는 서로에 깊은 상처를 주면 안 돼 살살 하려 나름 노력했다. 야권 후보와 토론을 하면 내 10배로 공격이 들어올 거다. 박영선 후보가 그걸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박영선 후보에 대한 공약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21분 도시나 수직정원 도시 등 공약이 기본적으로 대기업 및 의료민영화 위주로 돼있는데, 박영선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보신 것 같다. 의료민영화는 문재인 케어와도 상충된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 시절 이룬 10분 동네라는 개념이 있는데, 왜 다른 나라 사례를 가져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계속 뜬구름이라고 했는데,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등 서울시가 헤쳐 나가야 할 절박한 문제에 대한 감각이 없어 보였다. 공약을 고르는 것도 문제에 대한 판단력이다. 시장은 매일매일 결정하고 민원처리하고 싸우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잘못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토론회에서 ‘우리 진영’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하지만 중도표심도 확보해야 한다.
“내가 중도표심에 어필하는 면이 더 많다고 본다. 내 학력 경력은 이른바 건강한 보수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친문세력이 모여 강성 아니냐고 하는데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는 거지, 개혁을 위한 개혁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실사구시적 측면이 강하다. 시민들을 만나다보면 내가 젊은 층에 인기가 좋다. 이른바 팬덤이 있다. 반면 박영선 후보에게는 팬덤이 없다. 선거에 당심만 믿고 나가는 건데, 지금처럼 민주당이 위기에 공격을 받으면 흔들리고 선거에서 패한다. 그래서 내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범야권 안철수-오세훈 후보의 단일화는 세부사항 논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안철수 오세훈 후보는 지지율이 팽팽하다. 특히 오세훈 후보가 이변을 만들며 올라가는 중이기 때문에 더 못 놓고 있는 거다.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정하려다보니 결론을 못 내고 고성까지 오가는 것 같다. 나와 박영선 후보 지지율 차이가 꽤 났지만, 여권 단일화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으면 단일화 시작도 안 됐다. 나는 모든 조건을 다 놔버리고 나름대로 베팅을 했다. 어차피 내가 민주당 당원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본선에 나갈 수 없다. 내가 이러한 조건을 넘어서야 기적이 만들어지고, 감동이 생겨 본선에서 이긴다고 봤다.”
―안철수 후보 자질이나 공약을 평가한다면.
“안철수 후보는 공약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과 심판만 내세운다. 부동산 공약으로 민간주택 74만 호 공급과 디지털 관련 공약 몇 가지뿐이다. 그건 박원순 전 시장이 그동안 해왔던 거다. 안철수 후보가 얼마나 신기루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세훈 후보는 어떤가.
“오세훈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당시 18대 국회의원이었던 나와 여러 차례 붙었다. 그때도 나는 오 후보의 겉멋 행정을 비판했다. 뉴타운은 이명박 시장 재임시절 시작했지만, 지정을 많이 한 것은 오세훈 시장 때다. 많이 지정하니까 개발은 개발대로 안 되고 땅값은 마구 올라 여러 가지 문제가 사방에서 터졌다. 이번에 나온 공약들도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이 했던 업적을 박원순 전 시장이 다 뒤집었다고 한다. 다시 시장이 되면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을 다 없앨 판이다. 그래도 현 시점에서 보면 두 후보 중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세훈 후보 토론하는 걸 보면 서울시장을 5년 해봤기 때문에 팩트가 있다. 거기에 나경원 후보가 무너진 거다. 저는 박영선 후보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3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안 발표 기자회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사진=박은숙 기자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김진애표 정책이 있다면.
“도시 전문가로서 진짜 개발을 하겠다. 역세권 미드타운과 10분 동네를 연결하겠다. 5년간 주택 50만 호 공급 공약은 내가 땅을 다 따져봐서 현실 가능한 목표를 내놓은 것이다. 역세권 미드타운의 경우 이번 시장임기 1년 남짓 동안 모델을 잘 만들어놓으면 향해 25년 정도 계속해 갈 수 있다. 코로나 시민 사다리는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노동자 등 취약계층 47만 명에게 6개월간 최대 210만 원을 지원하는 공약이다. 또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월 70만 원씩 12개월간 ‘청년 안심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거다. 돌봄 오아시스 플랫폼도 내놨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공약이다. 이게 잘 크면 서울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의 마음도 치유할 수 있다. IT 공약 ‘디지털 르네상스 서울’은 도시민의 삶을 바꾸는 디지털 기술을 바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중 최고는 ODF라는 개방표준문서를 도입하는 거다. 서울시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런 공약들은 만약 내가 단일화에서 지면 박영선 후보에 다 받으라고 할 거다.”
―단일화 전 의원직을 내려놨다.
“죄송스럽다. 하지만 시대정신은 ‘국회의원 김진애’보다는 ‘서울시장 김진애’다. 서울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을 거치며 뉴타운 재건축 거품 개발을 하다, 박원순 전 시장 9년 동안 사람과 역사·문화·복지 중심 정책을 통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간 동안 개발은 소극적으로 하며 좀 뒤쳐진 면이 있다. 정책의 양 측면을 경험해봤으니까, 두 분야를 다 알면서 균형을 잡아줄 시장이 필요하다. 개발은 개발대로 하면서, 가치와 원칙을 세워 서울을 서울답게 할 인물은 나밖에 없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보궐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특검을 제안했다.
“LH 사태만 가지고 특검하자는 건 소나기 피하자는 것이다. 난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앞서 1기 2기 신도시까지는 수사가 있었다. 이번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4대강 주변 개발사업·뉴타운·혁신타운·기업도시와 현재 3기 신도시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봐야 한다. 범위도 LH뿐만 아니라 개발 관련된 여러 기관 관계자, 정치인, 공직자 등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국회는 처벌에 필요한 법제화도 해야 한다. 또 한쪽에서는 LH를 해체해야 한다.”
―LH 해체는 무슨 의미인가.
“나는 옛날부터 L(Land)과 H(Housing)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LH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며 필요에 의해 만든 거다. 그래야 칼 휘두르기가 좋으니까. 모든 걸 독점하니까 이번 사태에서도 오만한 태도가 나오는 거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바꿨어야 했는데 주택 사업을 하는데 있어 LH가 있으면 편하니까 안 건드린 거다. 이제 개혁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내가 제안했던 주택청 신설 기회가 왔다. 민주당은 주택개발부 신설을 얘기한다. 하지만 주거복지는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계분석을 해 목표치를 만들고 주거 안정성에 기여하는 실무적인 곳이어야 하는데, ‘부’로 가면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주택‘청’을 만들어 중간 실무자로서 모든 지자체를 관리·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택청을 만들기 위해서는 LH는 해체해야 한다. 김의겸 의원에게 나 대신 주택청은 추진해야 한다고 과제를 줬다.”
3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박정훈 기자
―윤석열 전 총장이 사퇴한 것은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 1년 8개월 동안 해왔던 정치적 행보의 클라이맥스다. 윤석열 전 총장이 명분을 만들고 정치권을 흔들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 아니면 안 됐다. 실제 바로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다만 윤석열 전 총장의 개인적 판단보다 윤 전 총장 뒤에 거대한 세력이 있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이 설령 대권 완주를 못하더라도, 그의 화력을 이용해 뭔가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 하는 세력이다. 안철수 오세훈 후보야 윤 전 총장을 활용하고 연대하려 하겠지만, 박영선 후보까지 휘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계입문을 할 거라고 보는지.
“지금은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하겠다고 폼 잡지 않으면 아무도 안 모인다. 나는 실패할 거라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이 갖고 있는 이른바 반문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지지율이 오르는 거지,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이 없다. 그래서 내가 안철수 후보는 작은 신기루이자 지난 신기루, 윤 전 총장은 큰 신기루에 새 신기루라고 말하는 거다. 이번에 안철수 신기루는 확실하게 걷어내자. 그 다음에 윤석열 전 총장도 걷어내야 한다. 우리가 신기루 때문에 이미 이명박 박근혜에 두 번 속았잖느냐.”
―박원순 전 시장 시정의 공과 과를 평가한다면.
“나는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 부분에 대해서는 공과 과를 확실하게 말해왔다. 1기와 2기는 사람·복지·문화·역사·환경 부분에서 놀랄 정도로 참 잘했다. 그런데 3기에 들어서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GTX 등 큰 프로젝트가 있는데 너무 마이너하게만 움직였다.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너무 소극적이었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박원순 전 시장은 3기를 안 했어야 했다. 나도 당시 하지 말라고 했다. 새로운 시장이 되면 앞서 환경·주거복지 등은 이어져야 한다. 다만 GTX 등을 통한 새로운 도시 거점에 대한 지원, 재개발·재건축 촉진 방식은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선 후보와 여전히 지지율 격차가 크다. 단일화를 앞두고 각오가 있다면.
“후보 단일화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박영선 후보의 불안 요소, 정체성이나 리더십에 의문을 가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약의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지금 남은 기간이 짧아서 뒤집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 성과가 나오지 않겠나. 노력하겠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