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빠르면 이번주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LH 레드휘슬(부조리신고)에는 ‘개발 토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부적절한 행위’라는 제목의 제보가 올라왔다. 퇴직 직원이 LH 재직시 개발되는 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제3자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내용으로, 실제 땅을 산 투기자의 이름 및 거주지 주소 등도 소상히 명시돼 있었다. 당시 제보자는 “관련자 소유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LH는 해당 제보에도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LH는 제보 내용에 대한 회신으로 “제보하신 퇴직 직원과 관련된 사항은 규정에 따른 감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관계 확인 등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단순 규정을 이유로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의 땅 투기 제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다.
정부는 LH 투기 사태에 대한 범정부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추가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조직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LH 임직원들이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명의로 하는 투기 행위를 원천 봉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등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전수조사에서도 실명으로 토지를 취득한 20명 만 확인했을 뿐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번주부터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LH 조직개편 방안을 전면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LH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해체 수준의 개편까지 거론되고 있다. LH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런 분위기가 땅 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하면서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9500여 명, 자산 규모 184조 원이다.
일각에선 LH 통합 전 조직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로 분리하거나 조직을 기능별로 나누는 해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4 공급대책의 핵심인 3기 신도시를 쉽게 포기할 수 없고 LH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대폭적인 조직 정비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당장 올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예정돼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거대해진 조직을 쪼개는 방안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추후 관계부처 협의와 각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윤곽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