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7일 임기만료를 앞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인사 승진’ 논란에 위기를 맞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금감원 노조는 1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윤석헌 원장의 임무해태에 대한 청와대 감찰 및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영풍관으로 이동해 윤 원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요청하는 청구서를 민원실에 제출했다.
당초 노조는 윤석헌 원장 임기 동안 우호적이었다.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정기인사 이후부터다. 금감원은 이번 인사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직원 2명이 각각 부국장, 팀장으로 승진 발령해 논란을 빚었다.
팀장으로 승진한 A 씨는 2015년 5급 신입 공채에서 채용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2018년 정직 처분을 받았다.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김용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청탁을 받고 당초 계획보다 채용 인원을 3명 늘려 전직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아들 김 아무개 씨를 뽑았다.
김 씨는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금감원이 채용 절차에 없던 세평 조회를 추가하면서 기존 합격권이었던 3명은 탈락했다. 당시 선임조사역이었던 A 씨는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합격권 응시자 평판을 부정적으로 작성해 채용 비리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A 씨는 2016년 서울의 한 대학 학부를 나왔지만 지역인재로 분류되기 위해 카이스트 학부를 졸업했다고 허위로 기재한 지원자의 합격에도 관여했다. 당시 이를 알아챈 직원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묵살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국장으로 승진한 B 씨는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임영호 전 의원의 자녀 부정 채용을 추진하던 윗선이 서류전형 기준 변경을 요청하자 이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당시 부정채용을 지시한 부원장과 부원장보는 실형 선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이들 인사의 승진에 대해 징계에 따른 불이익 부과 기간이 지났고, 인사평가 결과가 우수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과가 우수한 직원을 공소시효가 지난 이력 때문에 승진에서 배제하면 또 다른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도 강조한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 2월 22일 성명서를 내고 “아무리 인사가 원장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인사에 대한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지게 될 것”이라며 “윤 원장의 유일한 공헌이라면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 원장의 과거 이력까지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고 지난 3일엔 금감원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에 대한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 5일 노조와 만나 인사 관련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을 제안하며 갈등 해소를 도모했지만, 양측은 입장 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부원장 4명도 호소문을 내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내부 소통을 활성화하고 밝혔지만, 내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번 인사 갈등의 뿌리에는 금감원의 인사 적체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금감원은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로 인해 2024년까지 3급 이상 직급의 정원을 35% 미만으로 낮추고, 상여금도 삭감하는 등 직원들이 아직 연대책임을 지고 있다.
금감원 인사에 대한 노조의 불만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다. 금감원이 ‘특별승진제도’를 추진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는 금감원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직원을 인사윤리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릴 수 있는 제도다. 승진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승진이 더 어려워지고, 윤 원장의 금감원 장악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최근 일각에서 오는 5월 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 원장의 연임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노조가 윤 원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는 청와대 특별감찰 청구 이후에도 윤석헌 원장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법적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인사를 둘러싼 금감원의 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