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화의 세계’.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대화는 상호적 행위이고 우리는 대화를 통해 일하고 사회에 참여한다. 시간과 장소,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안에서 말과 행동, 표정은 달리 해석되고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모호해 보이는 대화 속 의미는 혼란을 줄 것 같지만 의사소통을 더욱 풍요롭게도 만든다.
학자들은 삶과 사회 문화를 관찰하고자 대화에 주목했다. 그들은 무심코 지나치던 대화의 순간, 현장에 숨어 있는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발견했다. 특히 공적 제도에서 ‘담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며 절차와 제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표준어나 표준 발음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더 많은 교육을 받았거나 높은 지위라서가 아니라 규범을 요구받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힘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그것을 강제하는 규범과 표준에 민감한 것이다. 이처럼 대화는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서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은 대화의 의의를 되짚는 의미론, 언어철학, 화용론에서 시작해 실제 대화에 접근한 인류학, 사회심리학, 사회언어학, 사회학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다. 먼저 대화가 품고 있는 의미와 함축을 비롯해 대화의 원리, 격률과 수행 전략을 살펴본다. 그리고 대화의 실제 사례를 본격적으로 관찰하면서 특히 오늘날 주목 받는 공적 영역의 대화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다언어·다문화 시대에 다채롭게 나타나는 대화의 모습까지 다룬다. 논의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대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비추며 더 나은 대화를 통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