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오른쪽)가 16일 “서울시장이 돼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합당은 지금부터”라고 역제안했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안철수 후보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이 돼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단일후보 결정을 앞두고 오는 17~18일 여론조사를 거치는데, 안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경선에서 패하거나 시장선거에서 떨어져도 합당 가능성은 열어두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조건을 놓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제가 단일후보가 되든, 되지 않든 서울시장 선거를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어 “단일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을 버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제3지대를 따로 만들어 야권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가짜뉴스는 말끔하게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오 후보는 전날 비전발표회에서 “만약 안철수 후보가 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석열 같은 분이 들어오게 되면 아마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분열될 수 있다. 그럴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의 ‘단일화 후 합당’ 주장은 오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세훈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합당 선언에 “왜 단일화 이후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오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선거는 3주밖에 안 남았고 단일화 약속은 3일밖에 안 남았다”며 “만약 야권통합의 조건이 단일화라면 국민께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합당의 시작은 오늘부터 추진해달라”며 “단일화 이후로 미루고 합당을 추진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선 입당 후 합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 후보는 공당의 대표인 안 후보가 자신의 당적을 버리고 국민의힘으로 입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오 후보의 ‘안철수 입당 압박’은 제3당 소속인 안 후보로 단일후보가 결정되는 것을 경계하고 자신이 제1야당의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의 합당 선언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부산 국제시장 상가 방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원래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내가 처음에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을 하면 자연적으로 원샷으로 후보가 될 테니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 불가능하다’고 안 온다던 사람이 왜 갑자기 합당 이야기를 이제 와서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의 ‘국민의힘과 합당’ 선언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두 후보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약 80분간 단일화 TV토론에 나선다. 19일 최종 단일화 발표에 앞서 토론회는 이들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V토론과 별개로 양측 실무협상단은 오후 1시 30분부터 5차 협상에 들어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