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라스베이거스 지원 유세장의 미셸 오바마. 검정색 민소매로 강인한 이미지+풍성한 스커트로 여성적 매력을 어필했다. |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의 지원 유세장에서 미셸은 당차고 힘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날 입고 있었던 미셸의 의상 역시 이런 그녀의 굳건한 의지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건강미 넘치는 탄탄한 팔뚝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미셸은 이날도 어김없이 검정색 민소매를 입어 강인한 이미지를 나타냈다. 또한 동시에 커다란 무늬가 있는 풍성한 스커트로 부드럽고 여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셸은 ‘스타일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영특한 여성이다. 즉 영부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의상을 통해 잘 소화해내고 있으며, 남편이 TV 대담 프로그램이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지와 성과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는 동안 미셸은 아무 말 없이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는 이처럼 스타일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할 수 있고, 또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투표할 의사가 없는 여성 유권자들에게도 패션으로 충분히 투표를 독려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가령 그녀는 언제 희망과 행복감을 주는 밝고 따뜻한 오렌지 색상의 원피스를 입어야 할지, 또는 언제 진지하고 다소 무거운 느낌의 검정색 블라우스를 입어야 할지를 잘 구분하는 방법으로 내조를 한다.
때와 장소에 맞는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입는 미셸의 패션 감각은 이번 중간선거 기간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선거 기간 내내 전통적인 영부인 복장인 점잖은 정장 차림보다는 강렬하고 파워풀하면서도 역동적인 차림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가령 힐러리 클린턴과 질 바이든과 함께 참석한 LA의 바버라 박서 의원 지원 유세장에서는 몸에 꼭 맞는 크림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어 여성미와 강인한 이미지를 동시에 나타냈다. 워싱턴주의 패티 머레이 의원을 지원하는 자리에서는 젊은 디자이너인 피터 필로토의 화려한 블라우스를 입고 나타나 생기를 불어 넣었다.
그녀가 즐겨 신는 구두의 높이는 대개 2~5㎝로 평상시에는 물론, 웬만한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낮은 구두를 즐겨 신는다. 아무리 몸에 붙는 원피스를 입어도 혹은 정장을 입어도 항상 굽 낮은 편한 구두를 신는다.
그녀가 이렇게 굽이 낮은 구두를 선호하는 이유는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아담하게 보이려는 의도 내지는 남편인 오바마보다 더 커 보이지 않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높은 굽보다 낮은 굽이 활동하기에 더 편하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도 미셸이 키튼힐을 고집하는 데에는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신의 한결같고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키튼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백악관 시절 바람에 휘날리며 흐트러지던 힐러리 클린턴의 헤어스타일과 달리 미셸의 키튼힐은 착실하고 변함없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여기에서 깜짝 놀랄 일은 없다(No surprise, here!)”라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미셸의 이런 키튼힐 사랑 덕분에 패션계에서는 올가을 한동안 강세였던 킬힐보다 키튼힐이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이미 ‘프라다’, ‘마크 제이콥스’ 등이 키튼힐을 대거 선보이면서 ‘키튼힐 유행의 시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미 미셸의 스타일이 패션업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 또한 미셸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비밀 병기가 된 일명 ‘스타워즈 벨트’를 고집하고 있다. ‘스타워즈 벨트’란 미셸이 자주 착용하는 스터드가 박힌 굵은 벨트로 튀니지 출신의 디자이너인 아제딘 알라이아의 제품이다. 미셸은 이 벨트를 어느 옷에서건 멋지게 소화시키면서 패션 감각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유행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미셸의 1년 의상비는 얼마나 될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미셸이 공개석상에서 입고 등장한 의상은 모두 29개 브랜드의 189벌이었으며, 가격은 총 27억 달러(약 3000억 원)였다.
한편으로는 미셸은 화려하고 유행에 민감한 영부인이라는 이미지로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그녀는 이런 사치스런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가끔씩 수수한 아줌마 패션으로 이웃집 중년 여성 이미지를 선보이는 것이다. 가령 얼마 전 <더 엘렌 쇼>에 출연했을 때에는 평범한 분홍색 가디건에 99달러(약 11만 원)짜리 목걸이를 하고 나와 소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미셸이 영부인으로서 너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점잖은 정장 대신 팔뚝이 드러나는 민소매나 화려한 컬러의 옷, 구두를 즐겨 신는 것이 지금까지 영부인 이미지와는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미셸은 앞으로도 계속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할 것이다. “영부인일 때보다 미셸일 때 더 편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녀는 패션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전달할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왼쪽부터 카를라 브루니, 힐러리 클린턴, 샨탈 비야, 메르히반 알리예바. |
점잖다고? 킬힐에 사자머리도
▶ 카를라 브루니(프랑스)=미셸 오바마 못지않게 낮은 굽을 즐겨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자신보다 키가 10㎝나 작은 남편(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때문이긴 하지만 어느덧 그녀가 신는 굽 낮은 구두는 그녀만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모델 출신답게 세련된 패션감각을 뽐내면서 모든 여성들이 선망하는 패셔니스타로 떠올랐다.
▶ 바바라 부시와 로라 부시(미국)=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 바바라와 로라 부시는 모두 백악관 시절 전형적인 ‘워싱턴 드레스 코드’를 선보였다. 전통적인 영부인답게 항상 단정하고 다소 고루한 듯한 바지 혹은 치마 정장을 입었으며, 여기에 적당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었다. 특히 로라는 영부인 시절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 디자이너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힐러리 클린턴(미국)=엘리노어 루스벨트 스타일의 계승자라고 할 정도로 루스벨트와 비슷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둘 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능력 있는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해 여성스런 의상보다는 활동적이고 편안한 바지 정장을 선호했다. 바지 정장의 색상에 맞춰 화려하지 않고 점잖은 구두를 신었다.
▶ 낸시 레이건(미국)=영부인 시절 값비싼 오뜨 꾸뛰르 의상을 즐겨 입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81년 취임식 때 입었던 제임스 갈라노스의 1만 달러(약 1100만 원)짜리 드레스는 영부인으로서 너무 사치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구두는 굽이 낮은 실용성 있는 디자인을 선호했으며, 간혹 빨강색 등 튀는 색상의 옷을 즐겨 입기도 했다.
▶ 마미 아이젠하워(미국)=‘퍼스트레이디 핑크’라는 색상을 만들어냈을 만큼 은은한 핑크색 의상을 즐겨 입었다. 백악관 시절 감각 있는 패션으로 늘 화제에 올랐다.
▶ 재클린 케네디(미국)=영부인 연구가인 칼 스페라차는 “마미 아이젠하워가 미국 여성들을 대변했다면, 재클린 케네디는 미국 여성들이 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일명 ‘재키 스타일’을 만들어냈으며, 이 스타일은 세월을 흘러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 사만다 캐머런(영국)=큰 키에도 불구하고 항상 높은 굽의 하이힐을 즐겨 신을 정도로 옷차림에 많은 신경을 쓴다. 심지어 임신 중에도 늘 높은 굽을 고집했을 정도였다.
▶ 로린 하퍼(캐나다)=컬러풀한 꽃무늬나 프린트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또한 의상만큼 과감한 디자인의 구두를 신어서 눈에 띄기도 한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 부부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꽃무늬 민소매 원피스와 반짝이는 샌들을 신고 나타나서 점잖은 전통 의상을 입은 간 나오토 총리 부부와 대조를 이뤘다.
▶ 샨탈 비야(카메룬)=사자 머리로 유명한 샨탈 비야는 과감한 헤어스타일만큼 옷차림도 항상 눈에 띈다. 15㎝ 이상 되는 높이의 킬힐을 즐겨 신으며, 자홍색이나 보라색 등 튀는 칼라를 즐겨 입는다.
▶ 메르히반 알리예바(아제르바이잔)=패션모델 저리가라 할 정도의 감각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15㎝가 넘는 굽을 신고 돌아다니면서 섹시미를 강조한다.
일본 ‘오바마 낫토’ 아시나요
검은콩으로 만들었어요~
일본에는 오바마 낫토가 있다. 낫토는 삶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음식이다. 특징은 청국장과 비슷한 냄새가 나고, 실타래처럼 끈적끈적하다는 것. 주로 간장과 겨자 등으로 맛을 내고 기호에 따라 달걀노른자나 파, 김 등을 넣은 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더욱 강한 실타래가 생기면 밥 위에 얹어 먹는다.
그런데 어째서 일본의 전통음식에 미국 대통령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오바마 낫토가 탄생한 지역의 이름에 있다. 오바마 낫토가 탄생한 지역의 이름이 바로 오바마(小浜)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후쿠시마 니혼마쓰시에 있는 작은 마을로,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마을의 이름이 똑같은 점을 이용해 지역의 명물을 만들게 되었다. 보통 낫토는 하얀색 콩으로 만들지만 오바마 낫토는 검정콩을 발효시켜 만들었다. 이것 역시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을 착안했다.
오바마 낫토를 처음 생각해 낸 남성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Yes We Can”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일본에는 후쿠시마의 오바마 이외에 후쿠이현에도 오바마시가 있다. 오바마시에서는 2008년 11월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오바마 대통령 가족을 위한 젓가락 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오바마 역시 “일본의 오바마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낫토는 항암작용, 골다공증 예방, 항균효과 등이 인정되면서 건강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오바마가 자신의 이름을 본뜬 오바마 낫토를 먹게 되는 날이 올지는 미지수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