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LH 특검’과 국회의원 전수조사 도입 요구를 수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3월 회기 중에 LH 특검 법안이 본회의에서 즉시 처리되도록 특검법 공동발의에 민주당은 즉각 협조하라”며 이제는 오히려 주도적으로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102명 전원처럼 민주당 의원 174명 전원의 동의를 빨리 확인해 검증대로 올라서라. 우리의 청와대 전수조사 요구를 고의로 누락하지 말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특검을) 피할 이유는 없지만 검찰 중심 수사 이후에 논의하자”며 “특검 합의와 구성에만 2개월 이상 걸린다”고 반대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전수조사에도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야당을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민주당 소속의 책임 있는 사람들부터 했으면 한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이번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에서 끌려다니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게다가 특검 도입과 전수조사에 반대만 하는 것이 자칫 4월 재보궐선거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소극적인 태도의 국민의힘을 압박해 왔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선출직 부동산) 전수조사를 절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런저런 조건을 갖다 붙이며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세간에는 부동산 비리가 국민의힘 쪽에 몇 배는 더 많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돈다”며 “설마 그런 이유로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를 피하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국회가 부동산 적폐청산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직무대행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이 입장을 선회하자 김태년 직무대행은 16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의 특검 수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여야 협의를 통해 국회가 부동산 적폐청산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시는 공직자가 투기나 부패에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철저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