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비주택담보대출 실태조사에 나선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비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토지 매입을 한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대출 과정상 불법부당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LH 일부 직원들은 3기 신도시 광명‧시흥 토지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북시흥농협으로부터 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택담보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과 비교했을 때 규제 문턱이 낮아 투기성 대출에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57조 5000억 원으로 1년 동안 30조 7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은 13.5%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LH 직원들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농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은 40~70% 수준으로,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근거해 관리되고 있다. 대출심사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시중은행의 경우 LTV를 감정평가액의 최대 60% 수준으로 적용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 중 북시흥농협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고, 전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전반과 대출 프로세스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언급하며 신속, 면밀한 점검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담보 유형별‧지역별 대출 규모 등을 점검하고 현장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추릴 예정이다. 다만 업무가 중첩될 가능성이 있어 현장조사 착수 전 조사 시기와 범위 등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조율할 방침이다. 또 특수본에 전문인력 3명을 파견하고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비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40~70% 수준으로 제한된 상호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 LTV를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