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 연회장에서 열린 ‘2021년 방송대인 신년회’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방송대 총동문회 홈페이지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다음주부터 2주간 연장하는 방안을 확정하겠다”며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총리는 “내일부터 3·1절까지 사흘간 연휴가 시작된다. 날씨도 따뜻해져 많은 국민들께서 나들이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것”이라며 “만남과 접촉을 자제해 주시고, 언제 어디서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진정한 ‘희망의 봄’을 앞당기는 데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한 정세균 총리는 정작 다음 날인 2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 연회장에서 열린 ‘2021년 방송대인 신년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행사는 방송대 총동문회에서 주최해 80명 이상이 자리했다. 정세균 총리는 신년회를 직접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축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였다. 결혼·장례식 등 행사는 100명 미만 참석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행사 자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모임과 행사 참석 자제를 당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인들의 경우 모임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영상이나 축전으로 인사를 대체하는 사례가 많았다.
2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 연회장에서 열린 ‘2021년 방송대인 신년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방송대 총동문회 홈페이지
이날 신년회 참석자들은 행사 내내 모두 마스크를 쓰고, 테이블 사이 간격을 띄어 배치해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테이블에 5인 이상 일행이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참석자들이 정세균 총리에게 다가가 7~8명이 함께 모여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특히 행사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단상 위에 80여 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한데 붙어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정세균 총리는 단체사진에서 가장 앞 중간 자리에 위치했다.
2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 연회장에서 열린 ‘2021년 방송대인 신년회’ 참석한 80여 명의 단체사진. 맨앞줄 중간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리해있다. 사진=방송대 총동문회 홈페이지
이에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아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참여를 호소해온 정세균 총리가 솔선수범을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를 주최한 총동문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및 시상을 연기해오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져 99명까지 모임이 가능해져 진행하게 됐다. 식사도 안 하고 행사만 했다”며 “정세균 총리는 잠깐 참석했다가 바로 가셨다”고 전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테니 참석해 축사만 해달라 부탁해서 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축사만 하고 20분 만에 나왔다”며 “정세균 총리는 과거 의원 시절 방송대법을 발의하는 등 인연이 있어, 졸업식 등 행사가 있으면 많이 챙긴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