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PPL이 합법화되면서 그런 논란이나 이를 지적하는 기사도 크게 줄었다. 합법의 영역에 들어온 만큼 과도한 경우만 아니라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 그런데 최근 PPL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중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에 PPL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에는 중국산 비빔밥 제품까지 PPL로 등장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에 PPL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tvN 드라마 ‘빈센조’에는 중국산 비빔밥 제품까지 PPL로 등장했다. 사진=tvN 드라마 ‘빈센조’ 방송 화면 캡처
3월 14일 방영한 ‘빈센조’ 8화에 홍차영(전여빈 분)이 빈센조(송중기 분)에게 비빔밥 도시락을 건네는 장면이 나왔는데 해당 비빔밥 도시락은 중국어와 한글이 함께 표기된 중국산 비빔밥 제품이다. tvN은 올해 초 방영된 드라마 ‘여신강림’의 중국 PPL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중국산 인스턴트 훠궈 제품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빈센조’에 등장한 중국산 비빔밥 역시 ‘여신강림’에 인스턴트 훠궈를 PPL로 내보낸 중국 기업 즈하이궈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중국 내수용으로 제작된 제품으로 한국 시장보다는 중국 내수 시장을 바라본 PPL이다. 문제는 ‘비빔밥’이라는 부분이다. 해당 제품은 중국에서 ‘한국식 (재료명) 비빔밥’이라는 이름으로 홍보 및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국내 네티즌들은 애초에 한국 음식인 비빔밥에 왜 ‘한국식’이라는 표현을 붙이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일본식 초밥, 중국식 마라탕 등의 표현이 없는데 한국식 비빔밥이 웬말이냐는 반응이다.
중국 PPL을 ‘여신강림’에 이어 ‘빈센조’에서 또 활용한 tvN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비난은 tvN이 소속된 CJ ENM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빈센조’ 주인공 송중기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중국 제품을 PPL로 받은 것은 제작진이지만 배우에게 어느 정도 거부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PPL 전문가는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배우의 최종 승낙 없이는 그 어떤 PPL도 진행되지 않는다. 중국 비빔밥을 받은 제작사도 그렇지만 이를 OK 하고 먹는 배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누구에게 PPL 관련 권한이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제작진을 통해 PPL이 이뤄지지만 드라마가 제작될 때마다 PPL 주도권을 두고 다양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애초 PPL은 스타와 연예기획사가 주도했다. PPL은 1990년대부터 각종 브랜드들이 인기와 영향력을 갖춘 스타에게 협찬을 해줘 방송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노출되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협찬으로 시작해 서서히 소속사 차원에서 협찬과 동시에 홍보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서 드라마 제작사에서 직접 PPL을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흐름이 방송가 전체로 확대됐고, 관련 논란이 이어지다 결국 PPL이 합법화됐다.
중국산 비빔밥 PPL 비난은 송중기에까지 이어졌다. 중국 제품을 PPL로 받은 것은 제작진이지만 배우에게 어느 정도 거부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진=tvN 드라마 ‘빈센조’ 방송 화면 캡처
PPL은 스타들이나 몇몇 잘나가는 작가들이 주도하기도 한다. 제작사 입장에선 흥행이 보장된 배우나 작가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PPL 관련 권한을 일부 넘겨주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종종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몇 년 전에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는 작가가 PPL 관련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가 종영한 뒤 주연 배우 A가 관련 행사 등에 불참하면서 갈등이 일었다. 제작진과 관계가 틀어졌고 특히 작가와 날선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불화설이 제기됐는데 그 이유는 PPL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출연했던 작품과 달리 개인 PPL을 거절당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드라마의 PPL을 주도한 작가가 반대한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A와 작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송중기는 PPL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사실 PPL이 합법화된 이후 전권은 제작사로 넘어갔지만 일부 톱스타급 배우와 작가 등에게는 여전히 PPL 관련 영향력이 남아 있다. PPL 관계자들이 배우의 최종 승낙 여부를 언급했는데 사실 모든 배우가 아닌 그럴 만한 급에 오른 배우들에 국한된 얘기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송중기는 분명 그럴 만한 급에 오른 스타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검증된 한류 스타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의 거부권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고 개인 PPL을 드라마에 가져올 영향력도 있다. 송중기가 실제 개인 PPL을 활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tvN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여신강림’에 이어 ‘빈센조’까지 유독 tvN에서 중국 기업 즈하이궈의 PPL을 연이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을 넘어서 방송국 차원에서 진행하는 PPL 프로젝트라면 송중기의 거부권이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엉뚱하게 송중기까지 유탄을 맞을 만큼 이번 중국산 비빔밥 도시락 PPL의 여파는 거세다. 해당 비빔밥 도시락을 청정원이 합작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자 대상 청정원은 “합작이 아닌 단순 납품”이라며 “중국 현지 공장에서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산한 김치 원료를 즈하이궈에 납품할 뿐”이라는 공식 입장까지 내놨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