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가 자신의 ‘내곡동 부동산 셀프 특혜’ 의혹에 ‘후보직 사퇴’를 내걸었다. 이에 여권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오 후보는 지난 16일 단일화 경선 TV토론에서 서울 강남구 내곡동에 있는 처가의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에 자신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 분이라도 이 지구에 대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관심을 표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다는 기억이 있는 서울시 직원이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직원은 바로 양심선언을 해 달라”며 “그러면 전 바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해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고민정 대변인은 17일 ‘오세훈 후보의 습관적 사퇴 발언’ 제목의 논평을 통해 “후보직 사퇴가 국민의힘 공식 입장인지 묻겠다”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오 후보는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고 발표했다”며 “한나라당은 ‘오세훈 변수’에 부글부글 끓었고 소위 ‘오세훈 자충수’에 공멸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인가”라고 물었다. 고 대변인은 이어 “설령 후보자라 하더라도 공직자의 자리는 자신의 소유가 아님에도 독단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서울시장 재직 시절 무상급식, 양화대교 공사, 세빛둥둥섬 등에 대해 시의회와 협의가 아닌 독단적 결정을 해왔다는 항간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서울시장 자리가 무슨 도박하는 자리도 아니고 계속 뭐가 나오면 후보 자리를 사퇴하겠다는 건가”라며 “이전에도 아이들 무상급식 문제 때문에 서울시장직을 걸었는데 이런 식으로 하니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이런 과정이 이렇게 됐다’고 말해서 말이 맞았으면 이렇게 본인이 오래 해명할 필요도 없었다”면서 “(해명이) 이렇게 계속 진행되는 것은 오세훈 후보 본인 스스로가 자꾸 자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을 임대주택지구로 지정하는 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처가 측이 보상금으로 36억 5000만 원을 받아 ‘셀프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 후보는 당시 내곡동을 국민임대주택 단지로 지정한 건 노무현 정부였다며 문제 소지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