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에릭의 저격 글로 드러난 그룹 신화 내부의 갈등이 일부 개인팬들의 이간질로 인한 것임이 드러났다. 사진=신화컴퍼니 제공
에릭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동완을 저격한 글을 쓴 것은 3월 14일이다. 에릭은 “가만 지켜보는데 안에서의 문제와 밖에서 판단하는 문제는 너무 다른데 서로 너무 계속 엇갈려 나가더라”라며 “팀(신화)을 우선에 두고 일 진행을 우선으로 하던 놈 하나, 개인 활동에 집중을 두고 그것을 신화로 투입시키겠다고 하며 단체 소통과 일정에는 피해를 줬지만 팬들에겐 다정하게 대해줬던 놈 하나. 둘 다 생각과 방식이 다른 거니 다름을 이해하기로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한 쪽만, 듣기 좋은 말 해주는 사람 쪽만 호응하고 묵묵히 단체 일에 성실히 임하는 놈들을 욕하는 상황이 됐으니 너무하단 생각이 들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여기서 ‘팀을 우선에 두고 일 진행을 우선으로 하던 놈’은 자신을, ‘개인 활동에 집중을 두고 그것을 신화로 투입시키겠다고 하며 단체 소통과 일정에는 피해를 줬지만 팬들에겐 다정하게 대해줬던 놈’은 김동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됐다.
에릭은 “호응하고 안 하고만 돼도 괜찮단 말이야. 이건 뭐 극단적으로 한 쪽은 떠받들고 한 쪽은 욕에 인신공격을 해 버리니 지속이 되겠냐고”라며 “반반이 아니라 90퍼 이상이 후자 스타일이 맞는 거라면 그동안 내가 잘못 산 게 맞겠지. 근데 좀 이제 적당히들 하자. 지치지도 않냐”라며 한 쪽으로 치우친 팬덤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자신이 저격한 멤버와 왜 직접 소통하지 않느냐는 일부 팬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고 (방법이)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반박했다. 서로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 왔다는 것이다.
에릭의 글이 이슈가 되자 김동완도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김동완은 “(신화 콘서트 등 활동과 관련한) 이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에는 신화 멤버의 의견뿐 아니라 제작진들과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제 개인과의 연락은 차치하고라도 지난해부터 준비하던 제작진들의 연락을 좀 받아줬더라면, 그들이 마음 놓고 준비할 수 있게 소통을 좀 해줬더라면 신화도 신화창조(팬덤)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에릭의 공개 저격을 꼬집었다.
이후에도 에릭과 김동완은 몇 차례 인스타그램으로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나갔다. 둘의 주장을 모두 종합하면 이들의 갈등은 2015년 신화의 정규 12집 WE 앨범을 준비하던 때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며, 갈등이 깊어지면서 김동완은 신화 활동을 논의하기 위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하지 않았다. 연락처가 차단돼 있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처럼 수년 동안 이어져 온 가운데 신화 활동을 두고 양 측 간의 오해가 더욱 깊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오해와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데엔 일부 ‘개인 팬’들의 존재가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팬이란 아이돌 그룹 전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개인 멤버만 선호하는 아이돌 팬의 유형을 가리킨다. 그룹 활동보다는 멤버 개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옹호하는 이들로, 개인 팬들의 세력이 강할수록 팬덤 내부는 물론 그룹 자체의 결속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화 팬덤의 ‘갤러리 대청소’를 본 에릭도 그에 대한 화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에릭 인스타그램 캡처
그럼에도 에릭을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그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다른 신화 팬들이 직접 나섰다. 3월 14일 늦은 밤부터 진행된 ‘갤러리 대청소’를 통해 팬들은 그동안 올라왔던 에릭에 대한 비난 글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뒤 페이지로 모두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팬들은 “이곳에는 악성 개인 팬들이 존재할 뿐 진짜 팬들은 이곳에 모여 있지 않다. 혹시라도 에릭이나 다른 멤버들이 이곳의 이전까지의 상황이 팬덤 전체의 여론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며 멤버들을 안심시켰다. “만일 에릭이 지금 갤러리 대청소하는 걸 보고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오렌지 사진 하나 올려주면 좋겠다”는 팬의 글이 올라오자 에릭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자 위에 오렌지를 올려놓은 사진과 함께 “나도 방 청소나 해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상황과 더불어 에릭과 김동완 역시 ‘소주 회동’을 통해 그동안의 갈등을 풀어냈다. 이로써 최대 약 6년 동안 어긋나왔던 관계가 극적으로 봉합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신화는 3월 16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익명게시판을 통한 악의적인 비방글과 인신공격, 동료들과 가족을 향한 심각한 모독 행위로 인해 멤버들 사이의 불화와 오해가 만들어졌다고 꼬집으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엑소, 소녀시대, 2PM으로 분류되는 2세대부터 2.5세대 아이돌까지만 하더라도 팬페이지(팬덤+홈페이지)나 공식 팬카페 활동이 매우 활발해서 멤버들도 들어가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엔 거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내의 아이돌별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 SNS로 팬들이 옮겨갔기 때문에 공식 팬 커뮤니티가 없거나 활동이 저조하다면 팬들의 반응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에릭이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확인해 온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신화의 경우 신화창조 공식 팬카페가 있지만 이번 이슈가 불거지기 전까지 팬들의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디시인사이드의 경우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서도 특수한 케이스다. 커뮤니티 특성상 욕설이나 거친 말을 써야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면서도 욕설로 지칭하는 게 기본 매너고, 익명성이 보장돼 그 수위도 일반 커뮤니티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저 사람들도 일단 멤버의 팬이기 때문에 일반 안티처럼 엄격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경우 이번 신화의 사례처럼 팬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정화를 하지 않는다면 계속 고통 받는 건 다른 멤버들이나 그룹 전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