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왼쪽)‧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측이 17일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하지 못하며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는 두 후보. 사진=일요신문DB
두 후보 측은 지난 16일 밤 5시간에 걸친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단일 후보를 결정할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양측이 절충 의견을 제시했는데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내일 추가 협상으로 예정된 여론조사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하려고 한다”고 했다.
양측 실무협상단은 17일 오전 8시 30분부터 국회에서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오전에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 총장은 오전 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3시 여론조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여론조사 진행이) 오늘은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8일 하루만 여론조사를 진행하나’라는 질문에는 “단일 후보 등록은 19일 6시까지 하면 된다. 이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은 오후 3시부터 다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여론조사 문구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질문 내용이 단일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 측은 여론조사 문항에 오 후보와 안 후보의 소속 정당을 넣어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을 주장했으나 안철수 후보 측은 이에 부정적이다. 오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론조사 문구에 대해 “그쪽(안 후보 측)이 ‘경쟁력’을 바라지만 ‘적합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경쟁력은 “누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를, 적합도는 “누가 야권 후보로 적합한지”를 묻는 조사다.
오세훈 후보는 “그분들이 또 새로운 방식을 들고 나왔다”며 “양 후보를 대입해서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런 식으로 묻는, 지금까지의 단일화 방식 중 한 번도 정치 역사상 쓴 적이 없는 걸 들고 나와서 관철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와 같이 구체적인 문항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조사대상의 전화번호 100%를 무선전화(휴대전화)에서 추출할지, 유선전화(집전화)도 일부 포함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사 합의 일정이 늦어지며 단일화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 후보는 “그럴 일은 없다”며 “두 사람 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문제가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고 국민의 여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