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살해범 기류 노조미의 고교 시절 졸업사진. 사진=마이니치방송 캡처
기류 노조미는 외동딸이었다. 밤낮 없이 바쁜 아버지는 회사 사택으로 이전해 초등학생 무렵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던 어머니는 딸이 의사가 되길 갈망했다. 어린 노조미는 공부를 곧잘 했던 터라, 엄마의 바람대로 자신은 ‘의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자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도리어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적은 더 떨어졌고, 고3이 됐을 때 노조미는 깨끗이 꿈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의대에 진학하라”는 압박에 2005년 노조미는 어쩔 수 없이 지역 국립대 의대에 원서를 낸다. 결과는 불합격.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친척들에게 “노조미가 합격했다”며 거짓으로 둘러댔다. 이후 어머니의 집착은 나날이 심해졌다. 휴대폰을 압수하고, 외출을 통제하는 건 물론, ‘혼자 딴 생각을 할 수 있다’며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까지 체크했다.
노조미는 점점 피폐해져 갔다. 가출했다가 어머니가 고용한 흥신소 직원들에게 잡혀 온 것도 여러 번이다. 감옥 같은 재수 생활이 9년간 이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의대는 무리였다. 결국 어머니는 ‘의사와 비슷해 보이는 조산사가 되라’는 조건을 내걸고, 간호대학 수험을 허락해줬다.
2014년, 노조미는 20대 후반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어머니와의 불화도 조금 누그러진 기색이었다. 잠시나마 평온했던 환경은 노조미가 ‘수술실 간호사’를 꿈꾸면서 일변했다. 2017년 여름, 당시 간호대학 4학년이던 노조미는 의대 부속병원 취직이 내정됐다. 하지만 어머니는 “당장 취소하고 조산사 학교에 진학하라”고 성화였다. 또 “조산사 시험에 실패하더라도 간호사는 되지 않겠으며, 계속 조산사 시험에 응시한다”는 서약서까지 받아냈다.
설상가상으로 노조미는 몰래 소지하고 있던 스마트폰을 들키고 만다. 어머니는 격분해 마당으로 딸을 끌고 나왔고, 무릎을 꿇게 한 후 폭력을 행사했다. 어머니는 “너 같은 거 죽어버리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노조미는 “그때 감정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갔다.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2018년 3월 훼손된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노조미 모녀의 비정상적인 생활상이 속속 드러났다. 사진=JNN 뉴스 캡처
사건 발생 직전인 2018년 1월. 노조미는 인터넷에서 ‘경동맥을 끊어 즉사할 수 있는지’ ‘칼로 찔러 자살하는 방법’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메일 임시보관함에는 “궁지에 몰렸다.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는데 결정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빨리 담판 짓자. 겁내지 마” 등의 글을 남겼다.
1월 중순에 치른 조산사 학교 시험은 불합격이었다. 대학병원 취업 절차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노조미는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배신자”라며 울분을 토했다. 밤새 어머니는 고함을 질러댔다. 끔찍한 1월 19일이었다.
그날 노조미는 엎드려 자던 어머니를 살해했다. “괴물을 처치했다. 이것으로 안심이다.” 1월 20일 새벽 3시 42분경, 노조미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그리고 어머니의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는 유기했다. 자택으로부터 고작 250m 떨어진 거리였다.
범행은 금세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노조미는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가, 살인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하지만 살해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2020년 2월 시작된 1심 재판에서도 노조미는 “어머니는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살 동기가 없고 사망 시 단 둘이었다는 점 등을 미루어 살인죄가 적용됐다. 재판 결과 ‘징역 15년’의 실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성인이 된 후에도 극심한 간섭을 받아왔으며 범행에 이른 경위에 동정의 여지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미는 “선고 후 몇 번이나 판결문을 다시 읽었다”고 한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와의 불화’를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이후 진상을 털어놓고 죄와 마주할 것을 결심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 노조미는 살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친딸이 어머니를 찌른 것이 알려지는 게 무서웠다”는 심경도 털어놨다.
노조미는 트위터에 “몬스터(괴물)를 처치했다 이것으로 안심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2021년 1월, 항소심 재판부는 노조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보다 크게 감형된 것이다. “자백한 것처럼 반성하고 속죄하십시오. 어머니에게 쥐어진 인생이 아니라, 이제 자신의 판단으로 진로를 결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 것으로 갱생하길 바랍니다.” 재판장의 말에 노조미는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소기한인 2월 상순까지 변호 측과 검찰 측 모두 항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에서는 ‘교육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지만, 부모가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며 입시를 강요하거나 일상생활을 속박하는 교육학대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성인 부자, 모녀 지간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메이지대학 모로토미 요시히코 교수는 “아이가 자신과 다른 인격이라는 걸 인정하고 자신의 욕망을 아이에게 강요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교육학대는 부모 스스로가 자각하기 쉽지 않은데다, 외부인 또한 개입하기 힘들어 대처가 어렵다. 모로토미 교수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학교 선생님이나 아동상담소 등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노조미는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엄마에게 속박되어 살아왔던 시간보다 감옥에서의 시간이 더 편하다. 하지만 엄마를 살해한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