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KCGI의 SPC(특수목적법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8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주식 5만 5000주를 장외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6만 1300원으로 약 33억 7000만 원 규모다.
KCGI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3자연합의 전체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지만, 3자연합 각각의 지분율은 변화했다. 3자연합은 지난해 1월 결성 당시 지분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하고 협의 없이 단독으로 한진칼 주식을 취득‧처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매매로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7.40%로 변동됐다. 보유 주식수는 기존 1156만 5190주에서 지난 11일 기준 1162만 190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18일 공시 기준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반도그룹이 총 1136만 1000주를 보유한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다. 3자연합 내 KCGI의 입지가 공고해진 반면 조 전 부사장의 입지는 좁아진 셈이다.
이번 거래로 3자연합이 와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 앞서 반도그룹도 지난해 권홍사 회장의 퇴임으로 3자연합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3자연합은 오는 26일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산업은행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사실상 3자연합이 ‘경영 감시와 견제’라는 경영 참여 명분을 산업은행에 빼앗긴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미 지난해 말 산업은행의 등장으로 조원태 회장과 3자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2월 14일 “경영권 분쟁 이슈에도 불구, 주가가 쉽게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회사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것으로 시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주요주주로 들어오며 기대가 소멸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