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점점 ‘폭탄’ 되어가는 보유세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모의 분석을 보면 시세 8억 6000만 원인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6억 원으로, 지난해(4억 6000만 원)보다 30.4% 급등하지만, 보유세는 지난해 101만 7000원에서 올해 93만 4000원으로 8.2%(8만 2000원)가 줄어든다. 올해부터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 세율이 0.05%포인트(p) 낮아진 결과다. 정부는 전국 아파트 1420만 5000여 가구 중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이 92.1%에 달해 전체로 보면 보유세 부담은 줄어드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문제는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이다. 국토부의 보유세 모의 분석을 보면 공시가격 7억 원 아파트의 보유세는 지난해 123만 원에서 올해 160만 원으로, 공시가격 9억 원인 아파트는 182만 원에서 237만 원으로 30% 오른다. 37만 원, 55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올해 6억 원 이하였더라도 집값이 올라 내년에 6억 원을 넘게 되면 올해 더 내야 할 돈이 올해 감소분을 넘어설 수 있다. 지난해 90%에서 올해 95%로 높아진 공정가액비율도 내년에는 100%가 된다. 내년까지는 공시가액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웃돌 수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 공동주택 중위가격은 서울이 3억 8000만 원, 수도권이 2억 8000만 원이다. 지난해 말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서울 8억 6223만 원, 수도권 5억 3777만 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의 시세대비 비율, 즉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기로 했다. 서울 아파트는 중위가격 기준으로 현실화율이 70%만 되어도 6억 원을 넘게 된다. 수도권도 연 2%씩만 올라도 2031년부터 중위가격 공시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한다. 해마다 6억 원 이하 혜택을 보는 이들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다.
#6억 원, 9억 원…부담 높이는 낡은 기준
1가구 1주택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전국에 52만 4620가구로, 지난해보다 69.58%(21만 5259가구) 늘었다. 서울은 전체의 15.99%(41만 2970가구)를 차지했다. 해당 가구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47.05% 늘었다.
종부세는 2005년 첫 도입될 때만 해도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이었다. 이듬해부터는 과세 기준 금액을 6억 원으로 낮추고 가구별 합산 부과 방식을 적용했다. 가구별 합산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자 2009년 인별 합산 방식으로 변경하고 1가구 1주택자에게는 기준 금액을 9억 원으로 높였다.
이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강남 대형’에서 ‘강남 중·소형’으로 확대됐다가 이제는 강북, 경기, 인천, 부산, 대구, 대전, 세종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 등이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공시가격이 계속 오르는 구조 속에선 1가구 1주택자 역시 종부세 대상에 대거 포함될 수 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소형 평형인 전용 59㎡(약 18평)도 일부 종부세 부과 대상으로 편입됐다.
#보유세 부담에 매물 증가? 6월 1일까지 봐야
지난 3월 16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2월 16일)보다 16.8% 증가했다. 보유세 부담 때문일까.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올해 6월 1일 이후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과율이 현재보다 10%p 오른다. 집을 팔기로 한 다주택자라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3월 16일 기준 서울 25개 구의 전월 대비 매물 증가율을 보면 노원구(30.6%)가 컸고 은평구(25.8%), 도봉구(23.6%), 서대문·동대문구(23.2%), 중랑구(23.1%), 강북구(20.2%), 양천구(20.0%), 구로·송파구(19.8%), 강서구(19.3%) 등이 뒤를 이었다. 송파구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성동·마포·강남·중·서초·용산구 등 6개 구의 증가율은 20~25위로 가장 낮았다.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20억 원 아파트(시세 26억 7000만원 수준)의 보유세 부담액은 지난해 1000만 원에서 올해 1446만 원으로 446만 원이 더 늘어나지만 팔겠다는 집주인은 오히려 적은 셈이다.
매물이 늘고 있지만,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도세가 인상되는 6월 1일이 지나면 매물 잠김이 나타날 수 있고, 세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가격이 더욱 상승할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가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은 17만 953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했다. 전세는 10만 5906건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반면 월세는 7만 3631건으로 10.7% 급증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37.0%로 4.6%p 상승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고, 보유세 부담에 1주택자가 집을 팔아도 다른 집을 구해 옮기는 중개수수료, 세금 등의 비용이 상당하다.
매물이 나와도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이를 소화해낼 매수세가 제한적이다. 집을 사고 싶어도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 주요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 부동산플래닛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59만 건) 대비 55.1%, 전년 동월(8만 3000건) 대비 68.3% 감소한 2만 6000건에 그쳤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거래량이 급감했던 2019년 2월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부동산 매매거래량이 전월 대비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각종 규제 대책이 집중된 서울시(63.9% 감소)였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은 이미 지난해 12월 발표된 표준지 공시지가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기준 전년보다 10.37% 올랐다. 상승률로 2006년(17.81%), 2007년(12.40%)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수준이다. 서울 11.41%, 세종 12.38%, 광주 11.39%, 부산 11.08% 등 전국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두 자릿수의 공시지가 상승이 이뤄졌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중위 값에서 세종이 4억 2300만 원으로 서울 3억 8000만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는데, 표준지 공시지가에서의 상승률 역전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