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LH 투기 의혹 수사에 검찰을 배제하려는 여권은 최근 야당과 LH 사건 특별검사제(특검) 출범에 합의를 봤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은 못 믿겠다고 하는, 여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 인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벌써부터 ‘검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번 특검은 판사 출신을 선택하리라는 추론이 나온다. 수사 검사 파견도 최소화해 검찰 출신의 손을 최대한 빌리지 않는 형식으로 수사를 끌고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월 15일 LH 관련 고검장 간담회가 열리는 서울고등검찰청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대응 관련 ‘검찰의 역할 찾기’ 위함이었지만, 결국 결과물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고검장 간담회 결과는 ‘맹탕’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검찰 최고 수뇌부 격인 전국 고검장들을 불렀다.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대응 관련 ‘검찰의 역할 찾기’ 위함이었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경찰이 수사, 검찰은 지원’이라는 기존 수사 역할에서 더 벗어나지 못했다. 애초 6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를 직접 이끌어 갈 수 없는 검찰의 한계만 확인했다. 같은 대검찰청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 내 수사협력단 설치’ 외에는 기존 상황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고검장들은 회의에서 “검찰 직접 수사를 제한한 현행법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박범계 장관은 “우려와 건의 사항을 업무추진에 참고하겠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고검장들의 ‘수사권 조정 필요성’에 대해 “현 시스템 하에서 검찰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답변한 셈이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국민적 공분이 상당한 LH 사건을 명분 삼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시금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수사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노하우가 많은 검찰의 역할과 필요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총장이 퇴임하고, 조남관 총장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검찰청도 목소리 내기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법무부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제도를 없애는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검은 “중대범죄 수사에 검사 관여가 차단되면 실효적 형사 법집행이 불가능하다”며 “특히 중대범죄 수사에 검사의 관여가 차단되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LH 투기 사건 등, 국가적인 중대 경제 범죄사건 등에서 검사의 역량이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법무부는 대검의 의견서에 대해 ‘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이라는 내용의 의견을 첨부 형식으로 국회에 전달했다.
LH 투기 의혹이 전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상황에서 검찰이 ‘조직 지키기’를 위한 존재감 과시를 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내가 검찰 수뇌부라면 이럴 때 경찰과 다른 수사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집중도 있는 수사로 국민들에게 ‘검찰의 필요성’을 어필하려 할 것”이라며 “검찰 조직의 역량이 경찰과 다르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야 검경 수사권 조정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지 않겠냐”고 얘기했다.
3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LH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 특검 및 국정조사, 국회의원과 청와대 등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단. 사진=박은숙 기자
#특검 등장에 헛물켠 검찰
하지만 여권은 검찰의 등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야당과의 논의 끝에 LH 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할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역대 14번째 특검 출범이 가시화된 것이다.
특검 수사는 빨라도 4월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중 LH 특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특검 인선과 수사팀 구성, 수사 준비 등을 거쳐 4월 말이나 5월 초 본격적인 수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특검은 법에 따라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법조인 가운데 임명되는데 이번 LH 특검은 보궐선거를 전후로 구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큰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돌고 돌아 문제는 다시 ‘검사 참여 여부’다. 수사권 조정으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 파견조차 제한됐던 검사들을 특검에 파견 형식으로 들어가 수사를 할 경우 결국 검사들이 직접 수사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여권은 ‘검찰 개혁 실패’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수사권 조정 원칙 위반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 파견조차 제한됐던 검사들을 특검에 파견 형식으로 받아 수사를 할 경우 결국 검사들이 직접 수사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여권은 ‘검찰 개혁 실패’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수사를 이끌 특별검사도 검사 출신이 아닌, 판사 출신이나 변호사 경험만 있는 법조인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이나 드루킹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검 모두 검사 출신이었는데, 이번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김진욱 처장처럼 판사 출신을 특검에 앉힐 것 같다”며 “검사 출신을 특검에 앉히면 분명 여권이 직면할 비판을 고려해 검사 파견 규모도 최소한으로 하려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비검사 출신 특검 임명이나, 파견 검사 최소화는 수사 성과 측면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검사들의 합류를 최소화할 경우 변호사나 국가수사본부(경찰) 등에서 인원을 차출해 특검팀을 꾸려야 하는데 기존 합수본과 멤버 구성에 있어 차별성이 없어질 수 있고, 다른 조직에서 차출된 인원들끼리의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이번 LH 특검의 경우, 정해진 시간 안에 넓은 수사 대상자를 상대로 수사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특검은 짧은 시간 안에 집중력 있게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팀 내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팀워크를 맞춰 본 수사팀 멤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이번 LH 사건 수사 대상은 특검 합의 후 만들어지는 법안에 어떻게 명시되는지를 봐야 하겠지만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명을 상대로 하는 수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투입해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진행해야 성공적인 수사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