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경기도의 대표적 청년 정책 중 하나인 청년면접수당이 시행 첫해 청년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도는 준비한 예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청년면접수당은 청년 구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한 사업이다. 청년기본소득과 함께 이재명 지사의 대표적 청년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경기도는 면접을 본 도내 청년에게 최대 21만 원(면접 1회당 3만 5000원, 최대 6회)의 면접활동비를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경기도 청년복지정책과가 담당하고 경기도일자리재단(대표이사 제윤경)이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했다. 2020년 사업 예산은 98억 5000만 원으로 사업비, 운영비를 제외한 실 면접수당 지급 예산은 85억 원이었다.
청년면접수당의 도입 취지는 좋았다. 민간 취업포털에 의하면 취업자들은 1회 면접 비용을 약 5만 원 정도로 추산했고 많은 청년이 그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도는 면접 비용이 저소득 청년의 취업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 취업 동기를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청년면접수당을 전격 시행한다.
하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2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홍보비로 쓰며 유명 방송인을 모델로 내세워 홍보에 나섰지만 6월 한 달간 접수된 신청 건은 고작 1만 건 수준이었다. 총 85억 원, 24만 건 이상을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전반기가 다 가도록 신청 건수는 5만 3000여 건밖에 안 됐다.
청년들의 저조한 참여가 이어지자 도는 후반기 지급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주 30시간 이상 근로해야 지급하던 신청 기준을 삭제하고 현재 취업하고 있는 사람도 신청할 수 있게 기준을 낮췄다. 사실상 퍼주기로 전략을 바꿨음에도 후반기 신청 건수는 5만 9000여 건에 불과했다. 결국 도는 준비한 예산액 85억 원에 1/3 수준인 33억 원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자 면접수당 사업 자체가 현시점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 직원도 내보내고 무급휴직을 연장하는 기업이 넘쳐나는 마당에 신규 채용에 나선 기업이 얼마냐 되겠냐는 것이다. 청년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취지야 이해하지만 적절한 수요 예측이나 기대했던 효과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이원웅 의원은 3월 16일 “면접수당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그 비용도 회사에서 지불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청년을 도우려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업이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무척 염려스럽다”고 했다.
게다가 면접을 보고도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해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무려 1만 9000여 건이 서류 미비 등으로 수당 지급을 거절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청년면접수당 참여자 만족도 조사를 발표하며 수혜자 만족도가 90.11%(2020년 상반기 기준, 경기도 자료), 83.6%(재단 설문조사)라는 자화자찬에 나섰다.
도는 올해도 청년면접수당 사업을 이어간다. 총예산은 지난해 대비 5억 원 증액한 103억 원이 책정됐다. 면접수당도 1회당 3만 5000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해 실패에 대한 개선 방안을 묻자 경기도 청년지원팀장은 “수당도 인상했고 홍보에 힘써 사업을 많이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작년 대비 증액된 예산 5억 원은 전액 홍보비 증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