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수소 트럭업체 니콜라 지분 절반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니콜라 홈페이지 캡처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 투자를 위해 설립한 회사인 그린니콜라홀딩스는 17일(현지시간) 보유 중인 니콜라 지분 매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린니콜라홀딩스는 한화종합화학USA가 51%, 한화에너지가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화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수소를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한화는 그린니콜라홀딩스를 통해 2018년 니콜라 주식을 주당 4.5달러에 총 1164만 주(6.13%)를 매입했다. 전체 투자 금액은 1억 달러였다. 투자 당시 비상장이었던 니콜라는 2020년 6월 우회상장 방식으로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보유한 주식은 2213만 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5.8% 수준이다.
매각될 주식 규모는 보유 지분의 최대 절반이다. 나스닥 시장에서 니콜라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16.39달러로 한화가 매입했던 4.5달러의 4배 수준이다. 현재 가격에 보유 지분 절반의 매각이 이뤄지면 300%에 가까운 수익이 난다. 한화는 오는 6월부터 6개월 동안 매각할 계획이다.
니콜라는 수소트럭 생태계 구축 기대감에 상장 첫날 33.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준으로 한화그룹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면 시세차익만 1조 원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며 니콜라는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수소트럭 기술은 상용화하기에 무리가 많은 데다 기업설명회(IR)용으로 내놓은 트럭 영상은 조작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주가가 17.88달러까지 급락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제휴를 철회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11월 니콜라와 픽업트럭 공동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지분 취득을 포기한 데 이어, 독일의 대형 부품 업체 보쉬도 니콜라 지분을 6.4%에서 4.9%로 줄였다. 현재 미국 당국이 니콜라 사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한화의 이번 매각도 지난해 공매도 보고서로 촉발된 ‘사기 의혹’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화는 이번 매각이 수소사업 확대 차원에서 자금 유동화 등이 필요하다는 사업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수소사업을 확장하고, 관련 산업에 투자해 온 계열사들과 협업해 사업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지분 매각 이후에도 니콜라에는 여전히 보유 지분 절반이 남아 있는 만큼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이사회에서 역할을 할 계획이다. 실제 한화는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예수(lock-up) 기한을 지난해 11월 말에서 올해 4월로 연장하며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분 일부 매각 방침은 결청했지만 향후 주가 동향에 따라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