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백화점을 두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은 혁신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소비 트렌드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세웠다. 이는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은 사라졌다는 편견을 깨부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월 24일 사전오픈한 더현대서울은 개장 첫 주말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정지선 회장의 혁신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다르다. 보수적인 문화로 잘 알려진 롯데그룹은 명품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최근 롯데쇼핑에 따르면 내년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 전문관인 에비뉴엘을 포함해 전체 7만 4700㎡(약 2만 2600평)의 영업 면적 중 절반가량인 3만 6000㎡(약 1만 900평)가 해외 명품 전문관으로 리뉴얼된다. 코로나19 상황 속 타격을 입지 않은 명품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백화점의 큰손으로 MZ세대(1980~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0년 출생한 Z세대의 합성어)가 떠올랐다. 1960~1970년대생과 달리 소득 수준 향상으로 제품 소비에 익숙한 MZ세대가 쇼핑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는 업계 트렌드 변화에 한몫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더현대서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지선 회장은 MZ세대를 잡기 위해 백화점이란 이름을 버리고 ‘더현대서울’이라 이름 붙였다. 고객이 시간을 알 수 없게 유리창을 없앤 백화점의 오랜 금기를 깨고 유리 천장을 만들어 햇빛을 받으면서 쇼핑할 수 있게 했다. 천장부터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보이드(Void) 기법을 도입했으며 넓은 공간을 위해 기둥을 없애고 빈 공간에는 숲과 공원을 채웠다. 매장 면적을 줄이고 고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정지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제시하며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더현대서울은 기존 관행을 거부하고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 특성에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MZ세대의 명품시장 주도권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MZ세대가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8.1%에서 2019년 41%, 2020년 46%로 해마다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18년과 2019년 49.3%, 2020년에는 50.7%로 절반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모든 세대를 통틀어 20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본점 에비뉴엘과 영플라자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겠다고 밝혔다. 에르메스 브랜드 유치도 추진 중이다. 롯데 측은 내년쯤 명품관 확대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점 명품 매출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고 말했다.
정지선 회장은 “고객의 본원적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돌아보자’는 신동빈 회장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정지선 회장의 말은 큰 차이를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돌아보자’가 명품 확장으로, 정지선 회장의 ‘찾아 나서야 한다’는 ‘더현대서울’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