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야권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앞)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양당의 실무협상 책임자인 정양석 이태규 사무총장은 3월 18일 오후 “두 후보가 어제 오늘 여론조사를 하고 내일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당초 안철수 오세훈 후보는 3월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하고,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19일 단일후보를 등록하기로 일정을 합의한 바 있다. 후보등록이 마감되는 19일 오후 6시까지 단일후보를 내려면 늦어도 이날 오후에라도 2개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 여론조사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 시한을 넘긴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내가 오세훈 후보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고, 오 후보도 환영한다 해 막판 단일화를 기대했는데 만나보면 현실은 영 딴판이다”라며 “막상 협상장에 들어가면 후보의 입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후보가 당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꾸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매번 후보와 당의 입장이 다르면 협상이 진척될 리 없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후보와 당 모두 책임 있게 나서달라”며 “오세훈 후보께서 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든지, 아니면 당에 전적으로 위임하든지 책임 있게 결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좋은 방범은 당 스스로 협상 권한을 후보에 부여하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오세훈 후보가 당에 전권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끼리 담판을 지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앞서 안철수 후보가 이날 오전 오세훈 후보의 여론조사 ‘경쟁력’ ‘적합도’ 합산 방식의 절충안을 수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오 후보 역시 “환영한다”고 화답하며 협상을 재개했지만, 오후 단일화 실무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이날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서도 나왔다. 오세훈 후보는 ‘후보와 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여기에 김종인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안철수 후보에 결례되는 표현이지만 국민의당은 사실상 1인 정당, 사당이다. 본인이 서울시장 출마한다면 그냥 당이 수용하는 체제지만 국민의힘은 공당이다. 내가 아무리 대표선수라지만 무슨 사안이든 협의하는 게 도리”라고 답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을 ‘상왕’이라 한 발언을 언급하며 “그런 말은 도리도 아니고, 목표 달성 위해 결과적으로는 이간질 시키는 말을 하는 셈이 된다”며 “그런 말은 진정 단일화를 원한다면 안 하는 게 도리”라고 비판했다.
단일화 협상 마지막 결렬의 원인으로 여론조사 유선전화 비율 10%이 지목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유선전화를 10% 비율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안철수 후보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유선전화 조사가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19일 각각 ‘기호 2번’과 ‘기호 4번’으로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야권 단일화는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오는 3월 29일이 데드라인으로 다시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