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청자의 반응과 해외에서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빈센조’와 ‘시지프스’는 나란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향한 관심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이들 드라마는 랭킹 톱10 상위권을 오르내리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빈센조’가 ‘시지프스’를 앞지른다. 송중기는 통하고 있지만, 조승우는 힘이 달리는 모양새이다.
2월 20일 시작한 송중기의 ‘빈센조’는 3월 12일 방송에서 최고치인 10.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초반 다소 어색한 설정과 이야기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들이 안정되고 이야기도 힘을 받은 결과다. 사진=tvN ‘빈센조’ 방송 화면 캡처
#마피아 변호사의 악당 처단기…송중기 존재감 확인
‘빈센조’는 송중기가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온 이탈리아 출신 마피아 변호사가 악당의 방식으로 절대 악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다.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들에 맞서 화끈하게 정의를 구현하는 내용을 통해 ‘악인이 더 나쁜 악인을 처단한다’는 최근 안방극장 흥행공식을 따른다.
반응은 시청률로 나타난다. 2월 20일 시작한 ‘빈센조’는 3월 12일 방송에서 최고치인 10.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초반 다소 어색한 설정과 이야기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들이 안정되고 이야기도 힘을 받은 결과다.
타이틀롤 송중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마피아 변호사’라는 설정에 따라 불법을 넘나들면서 악인을 응징하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2016년 주연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잇는 또 다른 성공작을 만들고 있다.
송중기는 ‘빈센조’ 출연에 대해 “요즘 뉴스를 보면 나쁜 사람들이 정말 많다. 드라마 시놉시스를 보고 기획의도에 이렇게 공감한 건 처음”이라며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싶은 작가님의 열의가 느껴졌고, 유쾌하게 풀어가는 부분이 시원한 탄산수처럼 다가왔다”고 밝혔다.
#미스터리 판타지 첫 도전…‘알쏭달쏭’ 조승우
조승우가 이끄는 ‘시지프스’는 2월 17일 방송을 시작해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첫 회 방송에서 5.6%를 기록한 시청률은 2회에서 6.7%까지 올랐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다. 3월 17일 방송의 시청률은 4.9%에 그쳤다. 미스터리 장르 특성상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극 전개를 이해할 수 없는 한계 속에 중간에 유입되는 시청자가 적을뿐더러, 초반 확보한 시청자마저 유출되는 상황이다.
조승우가 이끄는 ‘시지프스’는 2월 17일 방송을 시작해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첫 회 방송에서 5.6%를 기록한 시청률은 2회에서 6.7%까지 올랐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다. 사진=JTBC ‘시지프스:더 미쓰’ 방송 화면 캡처
‘시지프스’는 미래에서 정체를 숨기고 현재로 온 미지의 인물들과 그들의 존재를 밝히려는 천재공학자의 이야기다. 조승우는 인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을 맡아 데뷔하고 처음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조승우는 출연을 결정하면서 “미래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상이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극의 배경인 2035년에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상상하니 섬뜩하게 느껴졌다”며 “그런 세상이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했고 모든 요소가 종합된 장르는 처음이라 흥미로웠다”고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조승우는 자신의 역할과 완벽히 어우러지지 못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송중기가 치밀하고 악랄한 마피아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허당기 있고 인간미를 장착한 매력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한 것과 차이가 뚜렷하다. 최근 주연한 드라마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검찰의 문제를 파고든 ‘비밀의 숲’ 시리즈와 의학드라마 ‘라이프’ 등을 통해 현실에 기반한 역할로 인정받은 조승우를 인정하는 대중의 기억도 그에겐 넘어야 할 과제다.
#넷플릭스 통한 해외 반응…‘빈센조’ 우세
국내에서 두 배로 벌어진 시청률 격차는 해외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넷플릭스의 세계 각국 콘텐츠 차트를 실시간 수집하는 랭킹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18일(이하 동일기준) 집계에 따르면 ‘빈센조’는 아시아 주요 지역에서 ‘시지프스’를 앞지르고 있다. 이날 일본에서 ‘빈센조’는 가장 많이 본 콘텐츠 4위를 기록했지만 ‘시지프스’는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일본을 제외한 필리핀, 홍콩, 베트남 등 한국드라마에 관심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서의 순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쇼’와 ‘무비’ 부문을 나눠 집계하는 베트남과 필리핀 넷플릭스 차트에서 ‘빈센조’는 나란히 쇼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반면 ‘시지프스’는 베트남 톱10 순위에 진입하지 못했고, 필리핀에서는 5위에 올랐다. 홍콩 차트에서는 ‘빈센조’와 ‘시지프스’가 1,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를 두고 “국내서 통해야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흥행공식이 증명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넷플릭스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에 공개되는 콘텐츠가 늘고 있지만 국내서 인기를 얻은 작품이 해외서도 통하기 마련”이라며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인정받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나 ‘이태원 클라쓰’ 역시 같은 사례”라고 밝혔다.
송중기는 통하고, 조승우는 주춤한 현재 상황이 극본을 쓰는 작가의 경쟁력 차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작비 200억 원대의 ‘시지프스’는 신인급인 이제인, 전찬오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있다. 2015년 SBS 극본공모에 당선된 이들은 단막극을 거쳐 2018년 SBS 드라마 ‘운명과 분노’로 데뷔했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이번 드라마에서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장르를 시도했지만 이미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의 장르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봤던 설정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엉성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빈센조’를 집필하는 박재범 작가는 최근 방송가에서 주가를 높이는 인물이다. KBS 2TV ‘김과장’과 SBS ‘열혈사제’를 통해 소시민들이 힘을 모아 악에 맞서는 히어로물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이번 ‘빈센조’ 역시 소시민 히어로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앞선 히트작과 비슷하다. 다만 최근 ‘빈센조’가 중국브랜드의 즉석 비빔밥을 먹는 장면으로 PPL(간접 광고) 논란에 휘말린 것이 변수다. 전문가들은 중국 비빔밥 PPL 등장으로 형성된 반감이 ‘빈센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