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귀화한 남자 쇼트트랙 간판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사진=연합뉴스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남자 선수는 병역 특례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국방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사회에 복귀해 보충역(체육요원)으로 분류된다. 체육요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시행 절차에 따라 2년 10개월 간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빙상계 사정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는 3월 6일 “임효준이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채 중국으로 귀화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은 병역특례를 적용받는 인물”이라면서 “병역 특례를 받더라도 병역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려면 사회봉사 2년 10개월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임효준은 사회봉사 2년 10개월을 이행하지 않고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면서 “임효준의 이런 행동이 체육계의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효준은 2018년 병역특례 대상자가 된 뒤 2019년 동료 선수 강제추행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대구시 출입국관리소 관보에 따르면 임효준은 2020년 6월 중국 귀화 절차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추행 관련 재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곧장 귀화 절차를 밟은 셈이다. 임효준은 병역특례를 받은 뒤 사회봉사를 이행하지 않았다.
한 체육계 관계자도 “병역 의무를 완전히 마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효준은 2018년 2월 병역특례 대상자가 됐고 2020년 6월에 귀화를 결정했다. 2년 4개월 만이다. 병역특례 대상자가 이행해야 하는 사회봉사 기간은 2년 10개월이다.
국적법 제14조는 대한민국 국적 이탈 요건으로 병역 의무 이행을 명시하고 있다. 현역, 상근예비역, 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의 국적 이탈을 승인할 수 있다.
병무청 측은 “국적법 제14조는 복수국적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항으로 임효준에겐 적용되진 않는다”면서 “일반 대한민국 국적자의 경우 병역을 이행 중이더라도 국적을 상실하게 되면 병역 의무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다른 나라로 귀화하면 병역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병무청은 “그렇다”고 답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라는 조항에 의해 유권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임효준 같은 스포츠 스타가 병역 특례를 받았을 경우 사회봉사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논쟁거리로 남을 부분”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봉사를 건너뛴 선수에 대해 국가가 국적이탈을 허가해준다면, 올림픽에서 국위선양을 한 뒤 국적을 이탈하는 행태가 빈번히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낸 뒤 린샤오쥔(왼쪽)이 은메달을 딴 국가대표 동료 황대헌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관계자는 임효준 중국 귀화와 관련해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현행 국적법엔 복수국적자가 국적 선택을 하는 경우에 대한 조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임효준 중국 귀화로 국적법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면서 “예술·체육 요원이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병역특례를 받았을 경우에 병역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외국으로 귀화하는 경우를 방지하는 법안은 충분한 명분을 갖고 제시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임효준은 이제 더 이상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 6월 17일 진천선수촌에서 동료 남자 선수의 바지를 내린 것을 계기로 강제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으로 임효준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를 받았다. 2020년 5월 7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임효준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1월 27일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 결과를 뒤집었다. 임효준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심 판결에 대해 상고했다. 대법원 판결에서 유·무죄 여부가 갈리게 됐다. 그러다 2021년 3월 6일 MBC 보도를 통해 임효준의 중국 귀화 사실이 알려졌다. 얼마 뒤엔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임효준 측은 중국 귀화 사실을 밝히며 2020년 11월 27일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태극마크를 달기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을 내려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임효준은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5개월 전인 2020년 6월에 이미 국적을 상실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가 3월 17일 낸 관보에 따르면 임효준의 한국 국적 상실일은 2020년 6월 3일이었다. 국적을 바꾼 뒤 9개월이 지나서야 관보를 통해 귀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중국 귀화로 비판 여론에 휩싸인 임효준은 ‘거짓말 논란’까지 마주하며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임효준은 현재 중국빙상경기연맹이 아닌 허베이성 빙상연맹과 플레잉코치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