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에서 발의된 ‘설탕세’ 때문에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설탕세란 설탕, 즉 당류를 많이 함유한 식품과 음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설탕세의 취지는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의 발병률을 낮추고자 하는 데 있다. 요컨대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도입하는 일종의 간접세다. 하지만 설탕세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는 식품에 첨가된 설탕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들은 전세계 40여 개국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과연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들은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을까. 또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전세계 40여 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해 비만환자 감소 등 효과를 보고 있다.
케임브리지의 식생활 및 활동 연구센터의 데이비드 펠 박사는 “음료 및 식품에 설탕 함유량을 10%만 줄여도 많은 사람이 당뇨병과 비만에 걸리지 않도록 ‘현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주일에 3티스푼 정도의 설탕을 덜 섭취하는 분량이다.
현재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로는 유럽은 노르웨이, 프랑스, 핀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이 있으며, 북미와 남미에는 미국의 몇몇 주와 멕시코, 칠레, 페루 등이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1992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설탕세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면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에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에 부과하는 설탕세를 전년 대비 무려 83%나 올리기도 했다. 노르웨이 보건당국은 이에 대해 “설탕 섭취량이 10년 전과 비교해서 27%가량 줄었다”고 설명하면서 설탕세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국민 69%의 지지하에 2018년 4월부터 설탕세를 시행한 영국도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영국 정부는 설탕세 도입을 통해 청량음료의 가격이 인상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료를 사지 않게 되길 바랐다. 그리고 이런 매출 감소가 비만 환자의 감소 효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이는 특히 증가하는 어린이 비만률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실제 영국은 오는 2050년까지 6~10세 여아들의 20%가, 남아들의 35%가 비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영국 정부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됐다. 영국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설탕세 도입 이후 영국인들의 1인당 설탕 소비량은 28.8% 감소했다. 이는 탄산음료 제조사의 절반 이상이 지속적으로 설탕 함량을 낮춘 제품을 출시한 덕분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영국의 비만 환자는 매년 14만 4000명, 그리고 당뇨 환자는 1만 9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렇게 걷힌 세금은 학교 및 체육 시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설탕세는 주마다 달리 적용되고 있다. 현재 설탕세, 혹은 소다세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볼더, 올버니, 버클리,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시애틀 등이다. 2015년 미국 최초로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했던 버클리는 현재 설탕 28.3g(1온스)당 0.01달러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버클리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설탕세 시행 첫 해 동안 버클리에서의 청량음료 판매는 21% 감소했다. 반면 생수 소비량은 29% 증가했다. 2019년 실시된 후속 조사에서는 가장 소득이 낮은 지역의 주민들의 경우 설탕세가 발효된 이후 3년 동안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52% 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탕세 도입을 적극 찬성했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공중보건학 부교수인 크리스 매드슨은 설탕세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탕이 든 음료가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에서 시행되고 있는 설탕세는 더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청량음료뿐만 아니라 설탕으로 단맛을 가미한 모든 음료와 저칼로리 감미료가 함유된 음료에도 모두 세를 부과한다. 실제 설탕세가 도입된 후 필라델피아에서의 해당 음료 판매량은 46% 급감했다.
다만 풍선효과 발생은 문제로 지적된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안나 터치먼은 “도시 외곽에서 0~4마일(0~6.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상점에서 탄산음료와 설탕세가 부과되는 제품들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의 많은 주민이 설탕 함량이 높은 음료를 사기 위해 도시 외곽의 상점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설탕세를 주마다 달리 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남성이 설탕세 캠페인 표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칠레 역시 2014년부터 설탕이 첨가된 음료에 대해 18%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설탕세 도입 후 첫 해에는 탄산음료와 가당 주스 음료의 판매가 3.4% 감소했으며, 2020년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청량음료 구매 비율은 27.5%, 설탕 소비는 25.1% 감소했다.
칠레 정부는 어린이들의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식품의 광고를 제한하고, 학교 내 정크푸드 섭취 또한 금지하고 있다. 칠레 정부가 이렇게 설탕세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비만 환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칠레 성인의 3분의 1과 어린이의 44.5%가 비만이나 과체중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이 밖에 아랍에미리트는 2020년 1월부터 설탕이나 감미료가 첨가된 음료에 50%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건강하지 않은 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 탄산음료에 50%의 세금을 부과하고, 에너지음료에 100%의 세금을 부과한 1차 규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치였다.
이렇게 좋은 취지로 도입된 법이긴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반대론자들은 설탕세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설탕세가 오히려 관련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며, 청량음료의 가격 인상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주고객인 저소득층 가정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타니아 라모스 소프트드링크협회(ANPRAC) 정보분석부장은 “청량음료에 부과되는 세금이 오히려 멕시코 극빈층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0년 7월, 설탕세를 도입한 말레이시아에서는 청량음료의 가격 인상 문제가 한바탕 논란이 됐었다. 당시 청량음료 제조업체인 ‘F&N 말레이시아’는 당초 자사 제품의 가격을 90%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비난에 휩싸이자 이를 철회하고 70%가량으로 조정한 바 있다.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는 청량음료 제조사들은 청량음료에 부과되는 세금이 소비자들에게 불공평하고, 사람들을 진짜로 더 건강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량음료에 비해 시리얼이나 제과류처럼 설탕 함량이 높은 다른 식품 및 음료 카테고리를 통한 당 섭취량은 무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