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월 12일 숨진 아이의 엄마 김 아무개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고 검찰은 3월 10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가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 아무개 씨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꼬여 버렸다.
김 씨가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석 씨는 3월 11일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3월 17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며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현재 검찰은 석 씨를 어떤 혐의로 기소할지를 두고 추가 수사에 돌입했다.
주요 혐의는 3세 여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살인 혐의’와 ‘미성년자 약취 혐의’다. 그런데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만으로 이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공소유지조차 힘겨워 보인다는 입장을 보인 법조관계자도 있었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직접 사건 기록을 보진 않았지만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볼 때 현재 상황에선 살인 혐의는 공소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상의 시점에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이유로 살인이 벌어졌다는 ‘불상의 공소장’으로 이뤄진 기소인데 유전자 검사 이후 석 씨와 김 씨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불거져 사건의 실체가 더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체유기 미수 혐의는 어느 정도 수사로 입증이 됐지만 처벌 수위가 낮다. 사체유기는 그 범죄로 인해 유가족이 받은 상처를 감안해 처벌 수위가 정해지는데 이번에는 유가족이 직접 사체를 유기하려 한 사건이다. 유죄 판결은 받겠지만 형량은 낮을 것”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게다가 석 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증거를 잡지 못하면 ‘미성년자 약취 혐의’의 기소와 공소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석 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증거를 잡지 못하면 현재 적용된 약취 혐의는 공소유지가 어려워 반드시 사라진 아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 씨가 김 씨 아이를 몰래 어딘가로 데려가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김 씨의 딸인 양 바꿨다는 혐의는 사라진 김 씨의 아이를 찾아야 혐의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망한 아이의 친부를 찾기 위해 석 씨가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 100여 명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결국 친부를 찾지 못했다. 100여 명의 검사 대상에 3년 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부터 심지어 택배기사까지 포함됐을 만큼 광범위한 조사였다. 석 씨는 현재 자신이 그 즈음 출산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석 씨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유는 그 뒤에 있는 더 큰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사라진 김 씨의 아이를 찾아내면 석 씨가 숨기려 한 더 큰 사건까지 밝혀낼 수도 있지만, 찾지 못할 경우 석 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처벌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