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새 연예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학폭 폭로와 관련, 연예산업 유관 단체들이 공식입장문을 냈다. 사진은 학폭 논란이 불거진 배우 박혜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면서 “(학폭 폭로) 사실들이 명백한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연예인에게 있음을 유관단체들 역시 통감하고 있다”며 “다만 저희가 호소하고 싶은 건 최근의 사태가 과거의 잘못이 밝혀진 연예인 개인만의 문제로만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구조상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는 만큼 이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우선 가해 연예인이 연기 활동, 음반 활동 및 기타 프로그램 활동 중 도중하차할 경우 이미 제작된 많은 분량이 취소됨에 따라 재제작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작업에 참여했던 수많은 종사자와 (다른) 연예인들이 덩달아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에 소요된 엄청난 비용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는 다시 방송사, 제작사, 연예인 소속사를 포함한 대중문화예술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과 업체들에게 막대한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며 “부디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계에 큰 타격을 주는 이런 문제를 가볍게 넘기시지 말고 이에 따르는 업계의 고충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로 자체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체 측은 “학교폭력 가해자 연예인의 폭로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 폭로가 사실 여부의 엄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문화예술산업을 위축시키고 선량한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화살로 날아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수진은 중학교 시절 그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의 언니와 긴 진실공방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에 따라 불필요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예인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피해자 입장에 서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할 것 △자성의 노력과 함께 관련 단체별 소속 연예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교육을 확대할 것 △근거 없는 무분별한 폭로에 대해서는 연예인을 보호하고 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세 번째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로 연예인과 관계자들이 도리어 피해를 받는 경우 해당 인사와 관련 단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확인된 사실에만 기반해 국민들께 설명하는 등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체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최근 우후죽순 불거지고 있는 연예계 학폭 폭로 가운데 허위사실임이 확인된 사례들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이그룹 TOO의 웅기, 세븐틴의 민규, 걸그룹 이달의 소녀의 츄·현진, 있지(ITZY)의 리아 등과 코미디언 홍현희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허위 폭로로 홍역을 치렀다.
이에 대해 단체 측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나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연예인과 대중문화산업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한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는 우리 대중문화의 수출에 지극히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방송 제작이나 편성의 경우도 연예인의 인격과 미래를 존중해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될 때까지 지켜보신 다음에 사실에 근거해서 조치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번 공식입장 발표를 두고 “학폭 이슈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은 그게 정말 사실이 아닐지라도 대중들이 ‘소속사가 돈 먹여서 무마시킨 거 아니냐’며 의심하기 때문에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제는 대중들이 정확한 사실 확인은 중요하지 않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며 폭로만 믿는 것 같아서 저희로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까지 불거진 연예계 학폭 이슈와 관련해 명확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연예인은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 배우 조병규·박혜수·심은우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학폭 피해를 주장한 폭로자들과 진실 공방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