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와 함께하는 사랑의 나눔 패션쇼’에 참여한 아역 배우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
청사초롱은 민요에도 자주 등장한다. 충남 민요에는 그리운 임을 반갑게 맞으려는 여인의 심정이 잘 그려져 있다.
산천초목은 푸려서 좋고
우리 댁 낭군은 젊어서 좋네
울타리 밑이다 수확해 놓고서
호박넝쿨 손을 삼어 임 소식 듣는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돌아온다
오르랑 내리랑 큰 기침 소리
아무리 들어도 우련님 우리님
소릴세.
호남 농악좌도굿 7채 가락에는 청사초롱이 사랑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앞잡이’가 된다.
세상은 금삼척이요, 생애는 주일배라
산천초목 다송립하니 구경가기가 다 즐겁도다
오늘도 하심심하니 문일가 하나를 불러나 보세
청사초롱 불 밝혀들고 저 건너 임의 방으로 놀러 가세
북두칠성 앵도라졌네 이 맘 저 맘 파양공하세
얼싸 하하, 얼싸 하하!
▲ 남산골 한옥마을의 청사초롱 장식.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그 중에서 청사초롱은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조선시대에 ‘초롱’이란 말은 최고의 찬사에 속했다. 여인이 쓰던 최고의 비녀를 초롱비녀, 가장 예쁜 꽃을 초롱꽃, 예쁜 계집아이 눈을 초롱눈이라고 불렀다. ‘초롱초롱’은 아직도 정기가 있고 맑은 눈을 말하지 않는가.
청사초롱은 푸른 구름무늬 비단을 몸체로 삼고 위아래에 붉은 천을 단 등롱(燈籠)이다. 청사등롱(靑紗燈籠)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궁중에서 왕세손이 사용하거나 일반인들의 혼례식에만 썼으나 지금은 일반적인 전통문화 행사에 두루 쓰인다.
청사초롱은 청등·청등롱·청사롱이라고도 불렀다. 쇠살로 틀을 둥글거나 모나게 만들었다. 그 위에 헝겊을 씌우고, 속에 촛불을 켰다. 청사초롱은 걸어놓기도 하고 들고 다니기도 했다. 등롱의(燈籠衣)는 푸른 운문사(雲紋紗)로 바탕을 삼고 위·아래에 붉은 천으로 등을 달아 만들었다. 등롱대는 지름 3㎝, 길이 90㎝가량의 막대기 위 끝에 길이 18㎝가량 황새목을 달고, 아래 끝에 길이 13㎝가량의 물미를 붙여서 총길이가 120㎝가량 됐다.
청사초롱은 1967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신영균 남정임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청사초롱은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의 심벌로 등장했다. 67년 신문에는 ‘연일연회 초만원 사례’라는 광고문이 눈길을 끈다.
요즘 청사초롱은 전통 행사나 각종 지자체 행사에 자주 등장한다. 빛을 밝히기 보다는 축제 공간을 알리는 기호로 쓰인다. 대낮에도 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11월 11일~12일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심벌에도 청사초롱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