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이 설치한 통행 제한 표지판 옆으로 차들이 수시로 통과하고 있다
[일요신문=구례] 지리산 구례군 천은사에서 남원으로 넘어가는 861도로 곳곳에서 해빙기로 낙석이 발생하면서 붕괴 위험이 있으나 해당 도로를 관리하는 구례군이 안전관리를 방치하고 있다.
지난 20일 구례 천은사를 통과하는 도로 위에는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을 가로막고 ‘차량통행제한’이란 안내 표지가 서 있다. 차량 통행을 제한한 이유는 천은사주차장~시암재~성삼재주차장 구간에서 해빙기 낙석 발생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표지판 아래는 관할을 뜻하는 ‘구례군수’와 ‘구례경찰서장’이라 쓰여 있고, 기간은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라 지난 20일은 안내표지판 내용이라면 이 구간을 아무런 제재도 없이 차량이 통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곳을 지나는 대부분 차량들이 안내판을 비웃기라 하듯이 수시로 안내판을 뒤로 하고 지나간다.
구례군이 천은사 입구와 반대편 남원에서 올라오는 방향인 시암재주차장 입구에 통행 제한 안내판을 세울 만큼 실제로 이 구간 도로가 위험할까? 본지는 천은사주차장에서 시암재주차장까지 걸으면서 실제 도로 상태를 확인했다.
절벽이 붕괴 되면서 도로 위에 무너지 돌과 흙더미 옆으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이날은 봄비로 인해 지대가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도로 위는 안개가 자욱해 시야마저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했고, 본지가 확인한 8km 구간 중 두 지역에서는 절벽에서 떨어진 돌과 흙더미가 도로 한 차선과 주차장으로 조성한 공간을 막고 있었다. 그 밖에 구간 곳곳에서는 절벽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구례군이 차량통행제한 안내표지판을 세웠던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차량들은 왜 아무런 제재도 없이 수시로 이 구간을 통과했을까? 구례군이 통행 제한이 판단되리만큼 도로가 위험하다면 관계 공무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면서 차량 통행을 제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본지가 확인한 5시간 통안 이 통행 제한을 관리하는 구례군 공무원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통행 제한 안내표지판만 홀로 이곳을 지키고 있었고, 이 도로를 통과하는 수많은 차량들도 구례군이 세워 둔 통행제한 표지판을 그저 요식행위로 생각하는 듯 안전불감증을 보이며 망설임 없이 도로를 마음대로 통과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도로를 관리하는 구례군 담당자는 “그 구간은 금지가 아닌 통행제한이라 일반 차량은 통행할 수 없으나 도로응급복구를 위한 작업차량이나 경찰순찰차 등 일부만 통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시암재휴게소가 국립공원 관리가 아닌 일반인이 관리를 하고 있어 영업에 지장이 있어 일반차량 통행을 금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사고 발생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리가 ‘도로법’에 근거해서 통행 제한을 했지만, 2~3명의 인력으로 그곳에 상주해서까지 관리를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남원시의 경우 시청이 아닌 남원경찰서가 ‘도로교통법’에 의해 직접 관리를 하고 있다”고 관리 책임을 경찰서로 전가했다.
강효근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