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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바닥을 쳤을까. 일단 최근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진 게 사실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주간 집값 변동률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6~12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마침내 0.1% 상승 반전했다. 올 2월 말부터 매주 하락세를 거듭하다 37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재건축 시장도 분위기가 몇 달 전과는 딴판이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권 4개구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동구는 지난주만 주간 변동률이 0.39%나 된다. 강남 재건축 시장 동향이 눈길을 끄는 건 이 지역이 전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래시야 강은현 이사는 “더 이상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발빠른 매수 대기자들이 조금씩 매매를 시작하고 있다”며 “지방은 올 초부터 반등을 시작했고, 수도권도 바닥을 다지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한편에선 급매물만 팔리고 있을 뿐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거래량 증가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량은 많지 않다. 국토해양부가 9월 거래량을 발표하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가 3만 3685건으로 전달 대비 8.6% 늘어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일시적인 추세일 뿐, 과거 4년간 같은 달 평균과 비교하면 65%나 적다.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서 이달 들어 수도권 전셋값 오름폭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겨울 비수기에 들어서면 당분간 거래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전셋값도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당초 전셋값 상승으로 촉발된 매매가격 회복 분위기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대표는 “겨울 비수기에 매수세가 줄어들어 급매물이 다시 늘어나면 짧은 시간에 다시 침체 분위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매매시장 분위기가 언제 다시 침체분위기로 돌변할지 모르는 불안한 형국이라는 이야기다.
흔히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라고 하는 경매시장 분위기도 평가하기 애매한 건 마찬가지다. 보통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경매시장에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올라간다. 반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으면 응찰자는 줄어들고 낙찰가율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경매시장을 보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중소형 주택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인기가 없던 강남 고가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에까지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율이 상승해서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중앙법원 경매7계.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4단지 42.55㎡형이 매물로 나와 7억 2119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8억 원. 응찰자가 14명이나 몰리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0.1%까지 치솟았다. 지난 4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는 100석 정도 마련된 경매법정에 460여 명이 몰렸다. 이들 중 직접 경매에 참여한 투자자만 306명이나 됐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에 참여한 평균 응찰자수는 6.8명이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낙찰가율은 81.0%로 4개월 만에 다시 80%대에 올라섰다. 경기도와 인천도 응찰자수와 낙찰가율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매시장에는 2회 이상 유찰돼 경매 시작가가 감정가의 64%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만 겨우 응찰자가 모였다. 대부분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높이 올라가봤자 7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2회 낙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괜찮은 매물을 찾기 어려워졌다. 웬만한 주택의 낙찰가율은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특히 고가의 서울 강남 중대형 아파트도 높은 낙찰가율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예컨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2건 경매에 나와 모두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감정가 25억 원인 전용면적 160㎡형은 22억 원에 주인을 찾아 낙찰가율은 88%까지 치솟았다. 또 감정가 24억 원짜리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5㎡형은 22억 9200만 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무려 95.5%나 됐다.
그런데 여기서도 엇갈린 지표가 있다.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수도권 부동산 매물이 4년 만에 가장 많은 8156건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경매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매매시장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금융권 등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집을 경매로 넘기는 것이다. 만약 시장 회복이 기대된다면 금융권이 경매로 넘기기보다는 시장에서 처분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렇듯 당장 몇 가지 매매나 전세, 경매 지표만 따져도 시장을 명쾌하게 분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니 정부 정책, 수급 동향, 금리 전망, 가계부채 심각성 판단 등 더 폭넓고 다양한 지표나 예측치를 놓고 시장을 분석할 경우 전망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부동산 관련 각종 정책은 한시적인 것이 많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만 해도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연장 여부는 예단하기 이르다. 서일대학교 이재국 교수는 “시장 회복 분위기가 최근 본격화하면서 8·29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각종 규제완화 효과가 비로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한시적인 대책이어서 효과가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향후 내 집 마련 계획은 어떻게 세울까.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가 많을수록 근거에 더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부동산부테크 김부성 소장은 “전망에 필요한 근거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스스로 종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도 “거시적인 전체 시장 전망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에 맞게 금액별·지역별·종목별로 부동산을 세분화해 향후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며 “일반적인 시장 전망은 혼란스러워도 세부적으로 접근해 들어가면 의외로 명확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