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단일화 방식 협상 과정에서 막판 줄다리기를 통해 시간을 벌었다. 오 후보의 시간은 여론조사 기간을 주말에서 평일로 이동하는 데 활용됐다. 5~60대 지지율이 높은 오 후보의 경우 주말에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불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3월 20일 저녁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배석자 없이 만나 단일화 방식에 대한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이튿날인 21일 오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실무 협상단이 다시 한번 만나 여론조사 문구에 대한 최종 합의를 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 후보 측에선 안 후보를 직접 만난 뒤 형식적인 실무 협상을 한 차례 더 거치면서 여론조사 기간을 평일로 미루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오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시간’을 주말보다 평일로 계산한 것이란 풀이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여론조사 기간 말고도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환기를 시킬 시간이 오 후보 측에선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거 운동 시작 기간인 3월 25일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여론조사 진행 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전략이 오 후보 측 시간 계산 핵심이었던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엔 3월 19일이 시간 계산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한 야권 인사는 “안 후보는 3월 19일까지 단일화 협상이 이어지면서 오 후보보다 먼저 ‘시간의 혜택’을 봤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3월 19일은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이었다”면서 “이 시한까지 야권 단일화 방식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안 후보와 오 후보는 일단 먼저 후보 등록을 마쳤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야권 단일화 초반 국민의힘이 안철수 후보를 공격한 주요 프레임은 ‘기호 4번 필패론’과 ‘안철수 입당 필승론’이었다. 3월 19일 후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안 후보는 기호 논쟁과 입장 필요성을 논하는 정쟁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졌다. 3월 19일 이후에 협상이 끝나면서 단일화에 승리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밑거름 삼아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포석을 놓은 것이다.”
두 후보간 ‘시간의 공학’을 둘러싼 경쟁 하이라이트는 단일화 방식 협상 줄다리기 과정 막판이었다는 후문이다. 3월 19일 두 후보가 ‘양보 배틀’을 바탕으로 최종 합의에 이를 때였다. 한 선거 기획 전문가는 “두 후보의 막판 협상은 수순 싸움이었다”면서 “결국 먼저 수를 둔 것은 안 후보 쪽이었는데, 이 행동 하나로 협상 막판 많은 어드밴티지를 획득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후보가 여론조사 문항과 유·무선 조사 비율에 대해 먼저 수용을 한 뒤 오 후보가 ‘무선 100%’ 조사 방식에 대해 수용했다”면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안 후보가 먼저 동전을 던지면서 원하는 협상안을 능동적으로 도출해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 후보는 먼저 양보한 이미지와 무선 100% 조사 방식 두 가지 카드를 얻었다. 오 후보는 ‘아름다운 단일화’ 초석을 놓은 이미지를 얻었다. 협상의 클라이맥스 순간엔 안 후보가 반발정도 앞선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다만 오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합의한 뒤 여유 있는 시간 활용을 통해 주말 여론조사를 피해 ‘반발짝 차이’를 따라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은 단일화 결과에 쏠린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줄다리기의 승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야 판단 가능한 까닭이다.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는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 간 두 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다. 각 여론조사 기관은 1600개 표본에 대해 조사한다. 800표본엔 경쟁력을 800표본엔 적합도를 묻는 방식이다.
두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표본 3200개에 대한 결과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할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르면 3월 23일, 늦어도 24일엔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