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이 2020년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롯데지주는 바이오벤처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가 바이오산업에 도전하는 건 1948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그룹 주력인 유통과 화학 사업이 중국 사드 보복, 일본 제품 불매운동, 코로나19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타격을 입자 신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6조 18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 줄었고, 영업이익은 19.1% 감소한 3461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도 매출이 12조 22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2% 줄었고, 영업이익(3569억 원)은 67.8% 감소했다.
롯데의 바이오 사업 진출을 두고 최근 수 년 사이 변화를 강조해오던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 개편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은 그동안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과거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며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글로벌 컨설팅사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사업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사업이 검토됐다. 유통과 화학 사업과 달리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SK 등 다른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 진출과 투자금 회수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는 엔지켐생명과학이다. 1999년 창업한 신약개발 벤처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사다. 원료 의약품과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글로벌 신약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이다. 롯데지주는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은 물론 CMO(위탁생산)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업 검토는 롯데지주 내 그룹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등을 맡는 경영혁신실이 주도하고 있다. 지주의 바이오 사업 진출 검토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직후 이 사업을 이끌어 갈 계열사로 롯데케미칼이 주목받았는데, 회사는 공시를 통해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아직까지 계열사가 참여하는 단계까지는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 및 2011년 롯데제약을 인수하고 헬스원 등을 운영하는 롯데제과도 바이오 사업 참여 계열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롯데가 별도 법인을 만들어 핵심 계열사와 지주가 투자를 하는 방법 외에도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과 같은 다른 가능성들도 열려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올해 신년사와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밝힌 대로 신성장 과제들에 대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 중”이라며 “바이오벤처 기업과 협력도 검토 중인 여러 사업 중 하나로,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