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롯데온 실적회복과 함께 유통 부문 성장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는 23일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51회 정기주주총회에서 “롯데온을 출범했으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계열사 통합 이커머스인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 하락한 16조 1843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19% 떨어진 3460억 원을 기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14일 사장단회의에서 “(롯데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고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롯데온을 간접적으로 질책했다. 이후 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을 이끌어온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이 롯데온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통 롯데맨’으로 알려진 강희태 대표는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2012~2018년 롭스 대표로 역임하며 매장을 단기간에 100개 정도 늘려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강희태 대표는 이날 롯데의 유통 부문 성장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난해 전체 매장 30%에 이르는 약 200곳 구조조정을 계획했다. 약 120개 점포의 구조조정을 완료했고 향후 2년간 추가로 진행해 이익 중심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부의 경우 외부 전문가를 신임 사업부장으로 선임해 온라인 사업에 대한 전략과 체제를 더 강화하고 이미 보유한 역량으로 보충할 계획이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심사로 떠오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희태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IM(투자설명서)을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관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와 이마트, SK텔레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태 대표는 “혁신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겠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좋은 성과를 내겠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롯데의 유통 실적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온라인 쇼핑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롯데그룹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종 내 점유율 회복을 위한 온라인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이 얼마 전 업계를 뒤집을 반전 카드를 내놓으면서 롯데그룹이 경쟁력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프로야구단을 인수했으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찾아가 양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열고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잠잠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보수적인 분위기를 타파하고 업계 흐름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