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이사회에도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자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 사장은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함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지난해 3월 퇴사했으나 불과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총괄사장으로 복귀했다. 삼양식품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DB
김정수 총괄사장과 전인장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계열사에서 납품받은 자재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서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월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정수 총괄사장이 7개월 만에 경영 복귀가 가능했던 이유는 법무부의 특별 허가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5억 원 이상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확정받을 경우 형 집행 종료 이후 5년간 범죄행위와 관련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법무부에 경영 성과를 이유로 취업 승인을 요청했고, 법무부는 특별승인을 통해 김 총괄사장의 취업제한을 풀어줬다.
경영에 복귀한 김정수 총괄사장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복귀도 예정돼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3월 10일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공지했다. 7개월 만의 경영 복귀에 이어 다시 6개월 만에 등기이사로도 오르겠다는 것.
삼양식품은 이사 후보자의 법령상 결격 사유 유무를 ‘없음’으로 명시하고 “상기 김정수 후보자는 2009년 9월 법무부의 취업 승인을 득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에 대한 이사회의 추천 사유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대표이사 재직 기간 동안 삼양식품의 매출 및 이익에 대한 증가로 삼양식품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적었다.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장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은 철저한 준법 감시체계 구축과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 방지, 배당액 증가 등 주주가치 제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 A 씨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은 경영인이 곧바로 사업에 복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영진 범죄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감독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양식품은 소액주주 A 씨가 요청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청구를 거절했으나 법원은 지난 11일 A 씨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허용했다. A 씨는 이번에 확보한 주주명부를 토대로 소액주주들의 힘을 모으고, 회계장부열람 등사 청구 및 대표소송 제기 등을 통한 회사 경영 정상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