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와 유흥업계는 멀리 있는 듯 가까이 있다. 그런 만큼 연예계와 유흥업계를 아우른 루머들도 수없이 많다. 크게 분류해보면 우선 룸살롱에서 일하던 접대 여성이 연예인이 됐다는 소문, 두 번째는 한물간 연예인이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소문, 그리고 현직 PD 등 연예계 실력자들이 비밀리에 룸살롱을 운영하며 불거지는 루머들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루머는 호스트바(호빠)에도 그대로 옮겨 왔다. 다만 실제로 검증된 사안은 거의 없고 단순히 연예계 음지에서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더욱 충격적인 얘기가 유흥업계에 나돌고 있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들이 룸살롱에서 몰래바이트를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쩜오’로 분류되는 룸살롱에서 근무 중인 한 접대여성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업소에서 노래를 좀 잘한다 싶어 알아보면 연예기획사 연습생이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앞서 언급한 유흥업계 관련 연예계 루머 역시 이런 형식으로 세간에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얼마 전까지 역삼동에서 호빠를 운영했던 방송관계자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의 경우 방송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1년가량 유흥업소를 직접 운영한 뒤 다시 방송계로 돌아온 인물이다.
A 씨 역시 최근 트렌드는 연습생이라고 말한다. “역삼동에서 가게를 운영할 당시 우리 가게에서 일하던 ‘선수’(접대 남성) 가운데 여럿이 현직 연예기획사 연습생이었는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인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현재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낸 절친한 친구인 이들도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나중에 보니 미성년자들도 있었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가수가 되기 위해선 우선 엄청난 경쟁률의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수백 대 일에서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겨우 대형 연예기획사 연습생이 되는 것. 대형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이 되면 가수 데뷔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슷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연습생들과의 진검 승부에서 이겨야만 비로소 가수 데뷔의 꿈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슈퍼스타K 2>을 예로 들자면 134만여 명이 참가한 지역 예선을 거쳐 ‘슈퍼위크’에 참가한 이들이 연습생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우승자가 되려면 우선 슈퍼위크를 통과해 TOP11에 들어야 하고, 다시 거듭되는 생방송에서 끝까지 살아 남아야만 한다.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슈퍼스타K 2>보다 더 치열한 현실을 이겨내야만 한다. 인기 그룹 멤버들 역시 짧아야 2~3년에서 길게는 7~8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친 이들도 있다. 연습생의 경우 연습 비용은 연예기획사가 부담하지만 생활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게다가 결국 데뷔하지 못하는 연습생들도 많다. 이런 현실이 일부 연습생들을 룸살롱이나 호빠에서 몰래바이트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A 씨는 접대여성으로 일하는 여성 연습생들도 여럿 목격했다고 한다. 호빠의 주된 손님 층은 룸살롱 등에서 일하는 접대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연습생을 손님으로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 번은 선수 초이스 과정에서 난처한 일이 발생했다”는 A 씨는 “손님으로 온 여성과 선수 한 명이 같은 소속사 연습생 선후배라서 서로 깜짝 놀랐는데 같이 온 여성 일행이 끝까지 그 선수를 초이스하겠다고 우기다 결국 일행끼리 싸움이 나 가게를 나갔다”며 씁쓸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A 씨가 방송계에서 오랜 기간 일한 탓에 친분 있는 여성 연예인도 여럿 되는 터라 자연스럽게 그 업소를 찾는 여자 연예인이 많아졌다. 반면 연습생 선수들은 연예인 손님을 상당히 꺼려했다고 한다. 여전히 연예계 데뷔의 꿈을 버리지 않은 이들인 터라 행여 여자 연예인을 손님으로 받았다 나중에 연예인으로 데뷔하고 나서 난처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인 여자연예인 B는 만 원짜리 지폐를 룸 바닥에 뿌려놓고 선수들에게 알몸 윗몸일으키기를 해서 몸에 붙는 만 원짜리 지폐를 팁으로 가져가게 한다”고 전한 A 씨는 “하루는 연습생인 선수가 B의 룸으로 들어갔는데 가장 많은 지폐를 몸에 붙여 꽤 많은 팁을 챙긴 후 행여 B가 자신을 기억할지도 모른다며 며칠 동안 전전긍긍했다”라고 당시의 일을 설명한다.
호빠에서 일하는 선수들의 로망은 소위 말하는 ‘공사’다. ‘공사’란 손님 등으로 만난 돈 많은 여성과 은밀한 관계가 된 뒤 물질적인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하는데, 일종의 스폰서와 비슷한 개념이다. 연습생 선수들 역시 공사에 공을 들인다. 당장 돈이 급해 호빠에서 일하지만 연예인의 꿈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빨리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해진다. 이런 탓에 그들 표현대로 ‘사이즈가 나오는 공사를 한 번 제대로 쳐서 호빠를 그만두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는 셈이다. A 씨는 “같이 일하던 선수들에게 요즘 인기 아이돌 멤버 가운데에도 호빠 선수 출신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 워낙 얼굴과 몸매가 출중한 데다 수완도 좋아 얼마 일하지 않고 공사를 제대로 쳐서 호빠 업계를 떠났고 1년쯤 지나 가수 데뷔까지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SM 연습생 출신으로 소녀시대 예비멤버였던 장하진 씨가 카이스트에 합격해 화제가 됐었다. 이렇게 잘된 경우도 종종 있지만 반대로 유흥업계의 유혹에 넘어간 연습생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연예계 데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연습생들 모두에게 데뷔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는 냉혹한 현실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한 신 한류 열풍 이면에 무거운 사회 문제를 내던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