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회생절차 추진 과정에서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이 다시 등장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노조는 23일 “이스타항공의 채권자 목록을 열람하고,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 명의로 채권이 신고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공개한 이스타항공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목록 총괄표를 살펴보면 이스타항공의 회생채권은 1865억 원이다.
이스타항공 회생채권자 목록에는 제주항공 다음으로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이스타항공 태국 총판매대리점)가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의 대표자는 박석호 씨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스타젯에어서비스 대표자로 명시된 박 씨가 이스타젯타일랜드에어서비스의 유일한 등기임원 이사이자 타이이스타젯 대표이사라는 점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 태국 총판 박석호 이사가 타이이스타젯 대표와 동일인이라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채권 내용으로는 65억 원의 일반대여금채권(전환사채)과 5억 원가량의 상거래채권이 명시됐다. 전환사채 발행 일시는 2019년 12월 18일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날이다.
이스타항공은 공식적으로 타이이스타젯과 관계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2019년 이스타항공 공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재무상황이 악화하던 중에도 타이이스타젯 항공기 임차에 따른 채무 및 책임을 지급 보증했다. 또 이스타항공의 사명과 기업로고 등을 함께 사용했다.
타이이스타젯과 이스타항공 간 불분명한 관계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문제로 제기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7월 1일 이스타항공에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할시 주식 매매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보증 373억 원과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 임금 250억 원 등 1000억 원가량의 부채를 해소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상직 의원이 차명으로 보유하거나 의심되는 회사가 채권신고를 한 것도 이상하지만, 그 액수가 70억 원이나 된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1년 넘도록 체불한 자가 기업이 망해 회생신청을 했음에도 아직 욕심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그동안 이상직과 경영진은 타이이스타항공과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부인해 왔으나 회생개시명령신청서에도 기록되지 않은 타이이스타 대여금 70억 원에 대한 내용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