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틀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옹호 발언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임종석 전 실장. 사진=박정훈 기자
임종석 전 실장은 전날(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전 시장을 호평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그는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글은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앞으로 그런 일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영선 후보의 만류에도 임종석 전 실장은 또 다시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에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었다면 박원순 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며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도심 초고층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토목행정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안전한 서울, 깨끗한 서울, 걷기 좋은 서울이 시민의 새로운 요구였다”며 “박원순은 그런 요구에 순명하고 속도를 줄이려 안전을 강화하고 인도를 넓히고 서울심야버스를 도입하고 자동차 제한 구역을 늘리려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성범죄자에게 치가 떨리는 언행이요, 만행에 가깝다”며 “4월 7일은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전 시장을 ‘함께 심판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 씨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어떤 이유로 치러지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라며 “임종석 씨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이 같은 행보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 나섰던 우상호 의원이 앞서 박원순 전 시장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했는데, 임종석 전 실장이 그 목소리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전 실장과 우상호 의원은 대표적인 586(현재 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 세대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실장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우상호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1월 4일 “제게도 시장 출마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말씀을 드린다”며 “제 마음을 다 실어서 우상호 의원님을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2월 10일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씨가 ‘박원순은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고 쓴 글을 언급하며 “박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고 말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