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최근 하계휴양소 운영에 대한 내부 검토안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가 메일 수신인을 잘못 지정해 ‘2020년 하계휴양소 운영 검토안’이 유출되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하계휴양소 운영 검토안과 관련해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업문화 부서 담당자는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하계휴양소 운영 검토안’을 메일로 보냈다. 해당 검토안은 지난해 작성돼 사측 관련인들에게 발송됐던 것으로서, 일반 직원들에게는 ‘대외비’였지만 담당자의 실수로 지난주 일부 직원들에게 발송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검토안에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계휴양소를 운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계휴양소는 SK하이닉스에서 매년 7~8월 중 임직원의 여름휴가를 독려하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구체적인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대체로 동해와 서해 지역에서 하계휴양소를 꾸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계휴양소가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SK하이닉스 한 관계자가 일부 직원들에게 잘못 보낸 2020 하계휴양소 운영 검토안.
검토안의 ‘노동조합 예상 Isuue’에서 SK하이닉스는 “15년 노사합의서에 ‘매년 하계휴양소 운영’ 명시됨에 따라 미운영 협의 시 노조의 개인지급 복지로의 전환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적혀 있다. 또 “이에 회사에서는 노조의 지속적인 개인지급 복지 전환 요구의 고착화를 방지하고자 미사용 예산을 하절기 단발성 Event(행사)로 전환해 시행하고자 함. 단 노조 Comm(소통) 진행시 하계휴양소 예산은 별도 전환 없이 삭제되는 것으로 공유”라고 돼 있다.
SK하이닉스의 재직 중인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휴양소 비용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노조 몰래 예산을 없애려고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는 ‘잘못 보내서 큰일 날 것 같아 바로 삭제해달라고 메일 보냈더라’라는 내용도 적혀 있어 사측에서 직원들에게 이를 감추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얼마 전 ‘성과급 논란’에 이어 SK하이닉스 사측이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영업이익에 비해 성과급을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해 직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2020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약 85% 증가한 5조 126억 원. 반면 성과급은 기본급의 400%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봉의 20%를 의미한다. 당시 직원들은 “성과급 없이 특별기여금 400%가 지급됐던 지난해(2019년)와 이익이 늘어난 후인 올해(2020년) 성과급이 무슨 차이가 있냐”며 비난했다. 또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 DS부문 직원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은 가중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직원의 실수로 검토안 초안이 유출됐다”며 “문구만 봤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관련 내용을 최종적으로 합의해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지난해 휴양소 예산 7억 7000만 원을 사용하지 못한 대신 더 많은 자금을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