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피로’ 체크리스트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나른하다 △심한 운동이나 중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피곤하다 △일에 집중하지 못해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멍해서 머리가 굳은 것처럼 느껴진다 △부정적인 기분에 휩싸여 혼자 끙끙 앓는 일이 잦다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는다, 혹은 한밤중에 자주 깬다 |
만약 위 예시 중에서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당신의 뇌는 지쳐 있는 상태일지 모른다. 현대인과 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본의 뇌과학자 구가야 아키라 박사는 “그 가운데서도 뇌의 피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몸이 아닌 뇌가 피로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의 뇌과학자 구가야 아키라 박사는 “뇌를 쉬게 하면 몸도 마음도 훨씬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신체 피로는 과로나 장기 기능 저하, 근육의 과다 사용 등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원인을 알면 회복하는 방법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가령 서서 일해 근육이 피곤한 사람은 며칠 쉬면 몸이 가뿐해지고, 과식을 해서 위장이 피곤한 경우 식사를 조심하면 좋아진다. 쉬면 휴식으로 이어지는 심플한 관계다.
그런데, 우리 뇌는 이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쉬고 있다고 여겨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멍하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니, 뇌도 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인 셈이다. 가만히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과거 억울했던 일이 떠오른다든지 ‘내일은 뭘 입지?’ ‘뭘 먹지?’라는 잡생각이 스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뇌는 판단·이해와 같은 분명한 활동모드가 아니라도, 항상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부른다. 완전히 엔진을 끌 수 없는 상태라는 뜻에서 혹자는 ‘뇌의 공회전’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요컨대 자동차는 공회전 중에 휘발유를 소비하지만, 우리 뇌는 공회전하며 에너지를 쓴다. 가만히 있어도 당신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피곤한 사람은 스스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지 않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구가야 박사는 “뇌가 하루 신체 에너지 소모량의 20%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뇌의 피로에 사고방식의 차이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땐 꿈이나 목표 등 밝은 생각을 하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노후, 돈, 건강 등 걱정거리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되돌아볼 과거까지 차곡차곡 쌓인다.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수록 뇌의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비관적인 사람은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로 의식이 향한다. 지난 일에 연연해하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불안감을 느낀다. 한없이 걱정거리가 떠올라 자꾸 뇌를 사용한다. 심할 경우 자고 있는 동안에도 시달리기 때문에 피로가 풀리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낙관적인 사람은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므로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지난 일에도 끙끙 앓지 않아 그만큼 뇌를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게 된다.
지친 뇌를 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잡념을 떨치고 머리를 비우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뇌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생각할 거리를 찾아서 문제다. 구가야 박사는 “그렇기에 뇌의 휴식에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박사가 조언하는 뇌의 휴식법이다.
#방법1. 식물을 근처에 둔다
식물은 친근한 자연 중 하나다. 구가야 박사는 “뇌의 피로를 덜고 마음의 피로를 풀려면 식물을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문을 통해 녹음을 바라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인근 공원의 나무, 가로수를 바라봐도 괜찮다. 주변에 녹음이 없다면 베란다에 작은 나무나 풀을 심는 것도 추천한다.
#방법2. 의식적으로 눈을 감는다
물체의 모양, 색상, 움직임 등 눈으로 보는 정보들은 뇌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처리된다. 따라서 뇌를 쉬게 하는 손쉬운 방법은 의식적으로 눈을 감아주는 일이다. 눈을 감기만 해도 시각 정보가 줄어들어 피로를 덜 수 있다. 또 아로마 향기를 이용해 뇌를 쉬게 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연구에 의하면 “페퍼민트나 바질 향이 뇌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한다. 라벤더 향도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다만, 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도록 한다.
#방법3.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로 꾸민다
환경도 뇌의 피로에 영향을 끼친다. “천연나무와 코튼을 활용한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가 플라스틱 같은 인공소재보다 뇌를 평온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침실의 경우 자극이 강한 원색을 피하고,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꾸미면 뇌 휴식에 도움이 된다. 구가야 박사가 추천하는 방법은 눈에 띄는 곳에 편백나무 소품이나 작은 화분을 놓아두는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뇌가 느긋해진다.
“우울했는데 방 청소를 하고 났더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우울했는데 방 청소를 하고 났더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주변을 정돈하면 뇌도 정돈되어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대청소를 하거나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등 정리하는 습관은 확실히 뇌에 좋은 행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멀리즘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적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끼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자세는 뇌를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준다.
#방법5. 열중한 다음엔 반드시 휴식
어떤 일에 열중하면 뇌에도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비단 회사 일뿐만 아니라 독서, 수예, 공부, SNS 등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 흔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해 몰두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뇌는 근육과 같다. 비록 즐거운 일일지언정 장시간 집중하면 지치게 된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라 빠져들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몰두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이 뻣뻣했던 경험은 없는가. 뇌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계속 썼다면 피곤을 느낀다. 대책은 하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열중한 다음엔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몰두는 8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자.
#방법6. ‘웃음’ 뇌가 건강해지는 습관
뇌는 거짓 웃음도 진짜 웃음과 똑같이 인지한다. “억지로 웃어도 그 효과는 진짜 웃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졌다. 손으로 입꼬리를 잡고 살짝 들어 올려도 괜찮다. 생각과 기분은 행동에 의해서도 바뀔 수 있다. 특히 ‘웃는다’ ‘자세를 바로 한다’ ‘고개를 위로 든다’ 같은 행동들은 뇌를 건강하게 해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