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의회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분쟁에 대해 양사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최종 채택했다. 양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비토(거부권)’ 행사 기한을 앞두고 치열한 장외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왼쪽)와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 조지아주 상원은 23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 합의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초 상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양사 합의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결의안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10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 내렸다. ITC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관련 상품 및 부품의 생산과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미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지아주가 방향을 선회한 까닭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적극적인 투자계획 발표로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철수에 따른 2600개 일자리 위협이 해소됐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미국 전기차 배터리사업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김종현 사장 명의의 편지를 주 상원의원에 보내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이츠 전 법무부 차관을 미국사업 고문으로 영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낸 샐리 예이츠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예이츠 전 차관은 “ITC 판결이 조지아주 일자리를 위협하고, 미국이 전기차 확대를 통해 기후 변화를 대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는 여전히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합의금 규모에 따른 이견 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항소를 고려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합의금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2일 IT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대통령 거부권 미행사시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