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돌입했다.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아들 신동원 부회장이 최일선에 나섰다. 사진=최준필 기자
농심은 25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원 농심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은 신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공식화하는 자리였다. 지난 3월 16일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 신춘호 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1930년생으로 올해 91세인 신 회장은 현재 건강이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라면 사업을 위해 1965년 롯데공업을 창업했으나 당시 이 사업을 크게 반대했던 신격호 회장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농부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2년까지 농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신 회장은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되면서 그해 10월 농심그룹 총수가 돼 등기이사직을 수행해 왔다.
농심 후계구도는 일찌감치 정리됐다.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의 4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000년부터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아 오고 있다. 신 회장은 차남 신동윤 부회장에겐 전자소재, 포장재 사업 중심 계열사 율촌화학을 맡겼고, 삼남 신동익 부회장에겐 메가마트(전 농심가)를 맡겼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날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굉장히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했다. 아버지 건강을 두고 루머가 많은데 결정된 것은 없다”며 “농심이 올해 55년 된 회사인데, 잘하는 것은 잘하도록 하고 못하는 것은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신사업에 대해선 건강기능식품을 꼽핬다. 그는 “콜라겐 제품은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대체육 사업은 조용히 준비해오며 지난해 제품을 출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미뤘다. 올해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면값 인상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원재료와 기름 가격이 많이 올라 원가 압박이 있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안 좋을 수 있는데, 가격 인상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때 할 계획이고, 지금까지 계획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농심의 주총은 30분만에 끝났다. 이날 주총에선 신 부회장과 함께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과 김지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를 사외이로사 선임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 6398억 원, 영업이익 160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12.6%, 103.4% 늘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