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석 이마트·SSG 대표(왼쪽)와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 사진=이마트·롯데 제공
#코너 몰린 신세계·롯데 반격 나선다
3월 24일 강희석 이마트·SSG 대표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예비 입찰에 참여했으며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이베이코리아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23일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도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고,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각 사의 수장들이 직접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를 공식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이번 인수전 참여는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소비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전환됐다. 실제 1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8.4% 증가했고, 오프라인은 3.6% 감소했다. 주요 사업부문이 오프라인 매장인 신세계·롯데그룹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 했던 쿠팡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0% 성장한 13조 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3월 11일(현지시간)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40%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쿠팡은 기업공개(IPO·상장)로 조달한 자금 약 5조 2200억 원을 활용해 국내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죌 계획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5조 원에 평가될 때 누가 그렇게 비싸게 인수하겠냐고 했지만, 쿠팡이 IPO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세계·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3월 24일 SSG닷컴은 “4월 20일부터 오픈마켓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에 해당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마켓의 강자 네이버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3월 16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동맹을 맺은 바 있다.
롯데그룹은 20조 원 규모로 성장한 중고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플랫폼 투자에 나섰다. 3월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 NH프라이빗에쿼티(PE)와 오퍼스PE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데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 전체 인수액은 1150억 원이고, 롯데쇼핑의 투자금은 300억 원이다. 지난해 중고나라는 역대 최대 매출인 5조 원을 기록했다.
인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외부 전문가를 롯데온 사업부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앞서 2월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은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마트는 지난해 강희석 대표가 SSG닷컴 대표도 겸직하면서 이커머스에 힘을 실었다. 올해는 최영준 티몬 부사장을 SSG닷컴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중용했다. 김일선 라이프스타일팀 상무와 이미연 인사팀 상무는 각각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에서 수혈해온 임원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SSG닷컴과 롯데온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이베이 미국 본사 홈페이지 캡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거래액 규모에선 업계 선두권에 올라설 수 있다. 옥션·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2%)의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은 3위다. 연간 거래액은 20조 원에 이른다. 5%의 점유율을 확보한 롯데온과 3% 점유율을 기록하는 SSG닷컴의 연간 거래액은 각각 7조 6000억 원, 3조 9000억 원이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기간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셀러수는 30만 명에 이른다. 셀러수는 상품수와 직결되고 상품수는 거래액과 비례한다. 통상 오픈마켓의 상품수는 1억 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옥션·지마켓의 상품수는 직매입 구조의 쿠팡보다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계열사 7곳에 오픈마켓까지 더한 롯데온의 상품수는 2000만 개에 불과하다. 자사 상품만 취급해온 SSG닷컴도 1000만 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SSG닷컴은 연말까지 오픈마켓 플랫폼을 론칭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4월에서야 시범 운영에 나선다. 그만큼 오픈마켓 사업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경쟁력 강화의 바탕으로 꼽히는 유통 채널과 물류센터를 확충할 수도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백화점, 홈쇼핑, 아웃렛, 대형마트 등 50여 개사와 제휴를 맺었다. G마켓에는 홈플러스, GS프레시, 롯데슈퍼가 입점해 있어 장보기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 가맹점은 2만 5000여 곳에 이른다. 특히 이베이코리아는 자체 물류센터 2곳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전용 물류센터를 하남과 구리에 설립하려고 했으나 주민들과 지자체 반대에 무산된 바 있다.
이커머스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베이 M&A로 점유율, 셀러, 연간 거래액, 데이터, 물류센터 등을 한 번에 가져오는 장점이 있다. 유통에서 경쟁력을 갖춘 이마트·롯데가 인수한다면 경쟁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인수한 곳에서 어떻게 활용·차별화하는 것이 관건이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관심을 두고서 예비 입찰에 들어간 건 맞다”며 “다만 본입찰도 남아 있어 인수를 고민하고 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역시 같은 입장으로 구체적인 인수 참여 배경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