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약속
박영선 후보는 ‘집 걱정 없는 서울’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평당(3.3m²) 1000만 원 ‘반값아파트’ 30만 호 공급, 시·국유지에 공공자가주택, 공공임대주택 공급, 1·2인 가구 맞춤형 주택 및 30대 여성안심 주택 공급 등을 약속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 또는 임대하고 지상 건물만 일반에게 분양하는 방식인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투기 과열을 억제하는 차원의 주택 공급 공약을 발표했던 박 후보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대표 정책으로 불리던 ‘35층 규제’를 풀겠다고도 했다.
3월 25일 4·7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에 나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박영선 후보는 3월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 주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남산과 멀리 떨어진 곳은 35층 규제를 해제해도 크게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며 여의도·강남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해서도 “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영선 후보는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35층 규제를 풀 수 있느냐는 물음에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긴 어렵지만 마음이 열려있는 것은 맞다. 주민들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는지 보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일찌감치 주택 공급과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용적률 상향, 재산세율 인하 등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공약해왔다. 오 후보는 ‘스피드 주택 공급’을 강조하며 5년 안에 신규 주택 36만 호(재건축·재개발로 18만 호, 상생주택 7.5만 호, 모아주택 3만 호 등) 공급, 한강변 35층 이상 고층아파트 건축 허용, 국가법령에 비해 30%에서 100%까지 낮게 설정된 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오세훈 후보는 3월 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방침을 바꿀 수 있다”며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구 대치동, 광진구 자양동 등의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재개발을 풀면 5만~8만 호 물량이 공급된다”고 말했다.
#청년과 여성 공략
두 후보 모두 청년과 여성을 공략했다. 20·30대 청년 창업을 돕고, 어린이집 확대 등 돌봄 정책 등을 내놨다. 박영선 후보는 20대 청년에게 ‘출발자산’으로 5000만 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자를 서울시가 내고 청년이 30대나 40대가 된 뒤 대출 원금을 갚게끔 한다는 계획이다. 박영선 후보는 국회의사당이 세종시로 옮겨간 뒤 공터엔 창업컨벤션센터와 콘서트홀을 만들고 서여의도를 청년창업 특구로 지정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박영선 후보는 ‘엄마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면서 돌봄 정책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유치원 친환경 무상 급식이다. 서울시가 2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유치원생 7만 5000명에게 점심 식사와 간식, 우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보육·돌봄 시설과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오세훈 후보도 청년과 여성에 집중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만 19세~만 39세) 1인 가구에 월 20만 원(최대 10개월, 생애 1회)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공공분양주택 청년할당제를 도입하고, 기존 청년매입임대 사업을 연간 1000호에서 2000호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돌봄 정책도 빠트리지 않았다. 오 후보는 ‘여성정책’으로 현행 33%인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5년 안에 50%까지 확대하고, 어린이집 CCTV 기록 보관 일수를 60일에서 100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와 오 후보는 모두 육아와 돌봄 정책을 ‘엄마 리더십’, ‘여성 정책’으로 포장한 탓에 성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다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10만 원 지급 vs 서울올림픽 유치
두 후보 정책에 차이점도 있다. 박영선 후보는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박 후보는 긴급경영안정특별보증기금 2조 원을 조성한 뒤 소상공인 1인당 5000만 원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착한 임대인 지원 조례’를 제정해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30% 감면해주는 임대인에게 감면액 절반(15%)을 서울시가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재난위로금을 서울시민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니고, ‘KS서울디지털화폐’를 만들어 암호화폐로 준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예산은 1조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야당은 박 후보를 ‘돈풀리스트’라며 전 시민 10만 원 지급은 매표행위에 버금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세훈 후보가 거리 유세 중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오세훈 후보는 오는 2033년 개최될 올림픽을 서울이 유치하겠다고 했다. 서울올림픽을 통해 서울 경제 700조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현재 호주 브리즈번을 올림픽 유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오 후보는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안전, 질병, 저소득, 외로움, 주거 등 1인 가구가 겪는 5대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60대 이상 노인에게 손목시계형 스마트건강지키미를 지급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20·30대를 위해 대학 근처에 셰어하우스를 공급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선거캠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엇갈린 분위기
단일화 이후 오세훈 캠프엔 야권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3월 2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오 후보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3월 25일 나경원 전 서울시장 예비후보 또한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오 후보 선거를 돕기로 했다. 금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 계획 없다”면서도 “이번 선거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심재철·김성태 전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도 오 후보 선거캠프에 들어오면서 힘을 실었다.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세훈 후보 유세에 지원을 나섰고, 마찬가지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우상호 의원이 박영선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 분위기는 밝지 않다. 초반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이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도 박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하면서 ‘대선급 캠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정·남인순·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을 뒤로하고 대변인과 공동선대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했고, 박 후보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 옹호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면서 선거캠프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