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허무감, 자괴감 등 ‘코로나블루’로 불리는 마음의 병이 멀쩡한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들이닥쳤다. 일상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티벳명상’을 체험해봤다. 사진=이송이 기자
일상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명상, 그중에서도 ‘티벳명상’을 배울 수 있는 ‘세첸코리아’를 찾았다. ‘세첸’은 티벳어로 ‘큰 마음’이라는 뜻이다. 세첸코리아는 티벳불교를 근간으로 하지만 종교에 구애 받을 필요는 없다. 종교를 넘어 철학으로 접근할 수 있다. 집합금지 기간에는 줌(Zoom)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뭘 하시겠습니까”
마음에도 과학이 있다. 티벳명상은 마음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마음이 행복과 슬픔을 결정하기 때문에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행복으로 가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것. 기계의 작동 원리를 잘 알아야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듯, 티벳명상은 구체적인 마음의 원리와 마음의 작동법을 알아 마음을 건강하고 자유롭게 가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티벳명상을 알려주는 세첸코리아 용수 스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마음이라 할지라도 내 마음대로 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다. 사람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마음은 삶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끌려다닌다”고 말한다.
티벳명상은 구체적인 마음의 원리와 마음의 작동법을 알아 마음을 건강하고 자유롭게 가꿀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사진=이송이 기자
세첸코리아에서는 마음을 변화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명상을 꼽는다. 주변 환경이나 내 주위 사람들을 바꿀 필요가 없고 오직 내 마음 하나만 달리 먹으면 된다. 명상은 우리에게서 일어나서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감정을 다루는 법이다.
티벳명상은 자연스러움 속에 있다. ‘우리는 고통 속에서 기어이 진주를 만들어내야 하는 조개의 운명이 아니다. 이미 내 안에 숨겨져 있는 진주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티벳명상의 핵심이다. 티벳명상센터 세첸코리아를 이끄는 용수 스님을 만나 티벳명상에 대해 물었다.
#티벳명상, 용수스님과 10문10답
―명상이란.
“티벳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이란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습관적인 마음을 붙잡아 두지 않는 것이다. ‘알아차림(Mindfullness)’의 공간에서 상황과 감정을 허용한다. 마음에 공간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탐욕‧어리석음‧분로로 일어나는 생각들과 그것을 집착하는 습관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명상이다. 상징적으로는 ‘꽉 쥔 주먹을 펴는 것’으로 설명한다.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명상은 마음의 과학이다. 구체적으로 감정은 무엇이고,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관찰한다. 예를 들어 슬픔은 무엇이고, 왜 슬픈지, 슬픈 마음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명상의 주요 연습과제다. 기독교인들이 하는 기도 역시 명상의 일종이다. 티벳명상은 깨어있는 마음에 ‘익숙해지는 것’과 깨어있는 마음을 ‘기른다’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티벳명상의 특징은?
“티벳명상은 마음의 본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본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깨달음을 추구하기보다 깨달음을 표현하는 티벳불교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의 본성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체험하고 어떻게 깨달을 수 있는지 느끼면서 현존하게 한다. 말하자면 마음은 씨앗을 땅에 심어 키워야 하는 곡물이 아니라 이미 열려 있는 열매다.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좋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말로 하면, 독초에 약을 뿌려서 독초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독초를 섭취해서 일상의 길잡이로 삼는다. 티벳명상은 독초와 같은 일상의 고통과 번뇌를 재료로 삼아 나 자신의 본성을 밝힌다. 나쁜 점을 고치기보다 좋은 본성을 발견해 냄으로써 방향을 전환한다. 내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곳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고 지나가게 놓아두는 기술이다.”
―나의 본성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알아차림’이 있으면 마음에 여유와 공간이 생긴다.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생각을 놓아버리는 것이 곧 ‘생각의 해탈’이다. 생각의 해탈에도 단계가 있다. 사람마다 생각을 붙잡는 습관들이 너무 강해서 누구나 습관이 잘 놓아지지 않는다. 알아차림은 약하고 생각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의 힘을 키우면 생각을 놓아버리기가 점점 더 수월해진다.”
일상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티벳명상’을 체험하기 위해 ‘세첸코리아’를 찾았다. 집합금지 기간에는 줌(zoom)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
―알아차림을 위한 방법은?
“알아차림은 명상의 핵심이다. 명상적 알아차림이란 다른 말로 ‘앎’이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 지금 내가 가진 감정을 아는 것, 지금 먹고 있거나 보고 있는 것을 아는 것 등이 모두 알아차림이다. 걷고, 서고, 앉고, 눕는 등 일상 속에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우리 몸이 느끼는 다섯 가지 대표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바대로 자신의 몸의 감각을 세심하게 느껴보면서 어떤 감정이 지나가는지 바라본다. 이 같은 관찰연습을 바디스캔이라고 한다. 꼭 어려운 양반다리를 하고 눈을 감고 앉아서 명상을 할 필요는 없다. 설거지 할 때나 청소할 때, 목욕할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마음이 깨어있으면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차림도 먹고 자는 일상의 일들처럼 습관화가 되게 할 수 있다.”
―알아차림을 어떻게 느낄 수 있나.
“알아차림은 처음엔 낯선 곳에서 친구를 알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매 순간 알아차림을 갖기는 어렵다. 하지만 명상을 하다보면 처음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실체가 아니라 생각뿐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된다. 명상이 더 진전되면 뱀이 자신의 몸으로 매듭을 지으려고 해도 안 되는 것처럼, 묶여 있고 꼬여 있던 생각들이 저 스스로 풀어져 버린다. 물 위에 글자를 써도 그 글자가 물 위에 남아있지 않듯, 생각도 그것이 실체가 아님을 알면 나타났다가도 이내 사라진다. 그러다가 명상이 숙련되면 도둑이 빈 집에 든 것과 같아진다. 외부의 환경이 나를 지배해 집어삼키는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바깥의 일들이 나에게 이로움이나 해로움을 끼치지 못한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아차림을 하면 안 좋은 생각들이 저절로 사라지나.
“그때그때 일어나는 무수한 생각들은 내가 아니고 마음의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은 하늘에 뜬 구름과 같다. 하늘이 나의 본성이라면 구름은 생각이다. 구름이 있거나 없거나, 그 구름이 흰구름이거나 먹구름이거나 그것은 원래의 하늘이 아닌, 지나가는 구름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을 알아차리고 다루는 것이 명상이다. 평소 우리의 마음은 온통 무언가에 대한 ‘바람’이나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알아차리려는 꾸준한 의도를 가지고 연습하다보면 마음이 점점 고요해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처음엔 생각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가 다음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마침내는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고 고요해질 수 있다. 고통의 원인은 저항하는 데 있다. 좋은 상황이든 안 좋은 상황이든 저항하지 않고 똑같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때, 몸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명상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행복이든 불행이든 모든 것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과 알아차림의 효과는?
“명상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감정의 기복도 다스릴 수 있다. 감정의 습관을 강화시키는 것이 일상의 습관이라면, 감정과 마음의 원리를 알아 습관을 키우지 않고 습관을 해체하는 연습이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 슬픔이나 불안, 우울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감정이 쌓이지 않고 풀려나가게 된다. 엄마가 자신의 아이가 웃거나 울 때 그 모습에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좋고 싫은 여러 감정들을 편견 없이 그대로 수용할 때 그것을 흘려보낼 수 있다. 아픔이나 통증처럼 1차적인 고통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고통의 생각에 집착해 일어나는 2차적인 고통은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다. 잃어버린 지갑이나 실연의 상처는 그것으로 고통이지만 그 고통스러운 마음에 집착하면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된다. 현상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에 집착함으로써 더 깊은 고통이 생겨난다는 것을 인지하면 된다.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있어 명상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면 몸의 균형도 찾아온다. 심신의 치유와 회복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이 어려움을 만났을 때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삶의 의미가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있는 것처럼, 명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명상의 훌륭한 결과물이 아니라 알아차림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명상을 하고 난 후 고요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평화감 같은 좋은 경험들이 생기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 순간의 선한 마음이나 한 번의 선행보다 삶에서 지속적으로 ‘선한 의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알아차리겠다는 의도와 끊임없이 시도하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달리기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보다 매일매일 달리는 행위, 매일 달리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과 같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티벳명상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괜찮아”다. 사진=이송이 기자
“‘괜찮아’다. 슬퍼해도 괜찮아, 우울해도 괜찮아, 허무해도 괜찮아, 죄책감을 가져도 괜찮아, 모든 것이 다, 사실은 괜찮다. 스스로 괜찮다고 느끼면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 상황 속에 계속 빠져 있게 된다. 오직 ‘이 순간’만이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이 순간을 살면 과거의 아픔이나 미래의 불안을 이 순간 속에 녹일 수 있다. 그것이 곧 알아차림이다. 이 순간에 해답이 있다. 인생은 고치는 것보다 깨어나는 것이다. 알아내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다. 되는 것보다 존재하는 것이다. 이루는 것보다 하는 것이다. 도달하는 것보다 가는 것이다. 기다려 보고 버티고 앞으로 나가라. 머리에서 나와서 몸으로 살아라. 그냥 하고 그냥 살면 다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넥타이가 아무 쓸모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넥타이를 매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행위다. 일상의 소소한 희로애락 속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명상은 삶의 밭을 잘 일궈나가기 위한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모두가 사는 게 힘들고 어렵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실은 사는 건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사는 것,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개의치 않고 평소처럼 사는 것이다. 힘들어도 아침에 일어나고, 할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다보면 고민과 장애가 저 스스로 풀려버리는 때가 온다. 그러다가 다시 장애가 나타나면 또 다시 그냥 살아가는 거다. 다만 습관적으로 힘들고 안 좋은 상황에 반응하는 마음들에 집착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날마다 좋은날’이라는 말은 정말 날마다 좋은 상황만 일어나서 좋은 날이 아니라 스스로 상황이나 감정을 집착 없이 흘려보내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명상을 위한 가이드 “지금 이 순간 마음을 쉬세요” 이 글을 가이드 삼아 명상을 시도해 보세요. 삶의 의미가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있는 것처럼, 명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명상의 훌륭한 결과물이 아니라 알아차림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사진=이송이 기자 편안하게 몸을 의식해 보세요. 몸이 느껴지면 알아차림이 있는 것입니다. 몸의 느낌은 미세합니다. 몸의 일부가 느껴지면 마음이 이 순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알아차림은 이 순간에 있는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나 느끼는 것이나 생각이나 감정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몸의 느낌을 알면 마음도 함께 현존하고 있어요. 잠시 몸의 대상을 놓고 마음을 이 순간에 쉬세요. 마음을 어떻게 쉴까요. 몸을 쉬듯이 똑같이 마음을 릴랙스하면 됩니다. 마음을 릴랙스하는 순간 마음이 깨어 있어요. 힘을 빼는 순간 생각이 놓아지고 마음이 현존합니다. 바로 이런 현존감을 알아보는 것이 명상의 핵심, 열린 알아차림입니다. 특별히 알아보려고 할 필요 없이, 이 순간에 마음을 쉬세요. 우리는 오래 쉬지 못합니다. 바로 생각이 올라옵니다. 생각이 이어가서 알아차림을 잃게 됩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상황과 사람을 딱딱하게 만들고 고통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 다시 알아차림이 돌아옵니다. 그러면 생각이 다시 놓아지고 꿈에서 깨듯이 다시 현존하게 됩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다시 현상에 깨어 있게 됩니다. 지금 깨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마음이 있는지, 현존감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