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경찰은 최근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와 관련된 진정서를 접수하고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들이 과연 특혜분양과 대가성에 연루돼 있는지 봐달라는 것이다.
일단락된 듯했던 엘시티 관련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면서 BNK금융그룹(BNK금융)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생겼다. BNK금융은 엘시티 사업 대주단 간사였다. 또 특혜분양 리스트에 BNK금융과 관계된 인사 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BNK금융은 이미 논란의 대출을 해준 전력이 있고 엘시티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
특혜분양 리스트 문건에는 부산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엘시티PFV의 주요 주주인 이 아무개 씨가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는 엘시티PFV의 지분 2%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엘시티PFV 지분 24%를 보유한 에코하우스의 최대주주(41%)기도 하다.
이장호 BNK금융 초대 회장과 성세환 전 회장, 이장호 전 회장의 여동생 등도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전 회장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에게 부산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8년 5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혜분양 리스트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들 이름이 올라 있어 BNK금융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성세환 전 회장의 경우 BNK금융이 그간 지급을 유보했던 퇴직금을 이번 주총 이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BNK금융은 지난해 7월 27일 제5차 보수위원회에서 성세환 전 회장의 기본연봉 20% 감액 내용을 성과급과 퇴직금 산정시 반영하는 사항과 퇴직금의 반액 감액 지급을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또 3일 뒤인 7월 30일 제7차 이사회에서는 지급 유보 중인 성과급을 전액 미지급하고, 이미 지급한 성과급은 환입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당초 성세환 전 회장에게 지급 유보된 성과급과 퇴직금은 6억~7억 원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의 이 같은 결정이 새삼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대두한 까닭은 성세환 전 회장의 엘시티 의혹은 배제한 채 다른 비리들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BNK금융 이사회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공헌도 등에 매이지 않고 법리 논리에 따라 퇴직금 감액과 성과급 미지급이 결정됐다”며 “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은 엘시티 의혹에 비중을 뒀다기보다 주가조작과 채용비리 등 혐의와 재판 결과를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세환 전 회장은 이영복 회장에 대해 300억 원을 불법적으로 대출해준 혐의로 BNK금융 관계자 3명과 함께 기소됐으나 지난 2월 18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혜분양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엘시티의 덫에 걸릴 우려가 생겼다. 만약 성 전 회장이 특혜분양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다면 BNK금융 이사회의 결정도 함께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